1970년대 소도시 곳곳에 거울과 액자 등을 파는 유리가게가 있었으며 거기에는 단골 메뉴로 푸시킨(1799-1837, 러시아의 시인이자 소설가)의 대표적 시(詩)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란, “삶”을 제목으로 쓴 그림액자가 항상 눈에 띠었습니다. 가난하고 고달팠던 시대적 아픔을 보듬어 주었던 좋은 시였습니다. 이 시에서 청소년 시절과 장년시절에 느껴보지 못했던 인내(忍耐)의 단어“참고”와 “견디면”이 유난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농부(農夫)가 토지에 곡식과 채소의 씨를 뿌리고 기다리면 새싹이 돋아납니다. 잡초를 뽑아주고 벌레를 잡아주며 거름을 주면서 여름 내내 땀 흘리고 돌보며 기다리면, 올 것 같지 않은 가을이 오고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