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소도시 곳곳에 거울과 액자 등을 파는 유리가게가 있었으며 거기에는 단골 메뉴로 푸시킨(1799-1837, 러시아의 시인이자 소설가)의 대표적 시(詩)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란, “삶”을 제목으로 쓴 그림액자가 항상 눈에 띠었습니다. 가난하고 고달팠던 시대적 아픔을 보듬어 주었던 좋은 시였습니다. 이 시에서 청소년 시절과 장년시절에 느껴보지 못했던 인내(忍耐)의 단어“참고”와 “견디면”이 유난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농부(農夫)가 토지에 곡식과 채소의 씨를 뿌리고 기다리면 새싹이 돋아납니다. 잡초를 뽑아주고 벌레를 잡아주며 거름을 주면서 여름 내내 땀 흘리고 돌보며 기다리면, 올 것 같지 않은 가을이 오고 이어서 열매를 수확하는 기쁨을 맛보게 됩니다. 뙤약볕과 가뭄과 장마에 마음을 졸이며 기다림에 비례한 수확의 기쁨을 얻습니다. 결혼하여 가정(家庭)을 이루면 아이가 태어납니다. 아이는 그 부모와 가족과 친척 그리고 주변의 지인들에게 기쁨을 안겨줍니다. 아이가 쑥쑥 자라가지만 부모에게는 더디기만 합니다. 마음 편하게 잠자고 쉬면서 여가를 즐기는 시간은 반납되고 아이를 먹이고 돌보면서 긴 시간을 보냅니다. 유치원, 초․중․고교와 대학생의 마음 졸이는 공부시간과 병역의무에 따른 마음 아픈 이별의 시간을 보냅니다. 취업과 결혼이 이어지고 또 후대가 태어나면 그 부모는 아이를 양육하며 한 세대를 보냅니다. 이것이 인생(人生)이며 거기에는 오랜 시간을 참고 기다림이란 사랑이 있었습니다.
「사랑」이란 단어는 인생의 시대에 따라 각기 다르게 표현됩니다. 자기 몸을 스스로 가누지 못하는 유약한 시절에는 “의지”와 “신뢰”란 옷을 입습니다. 어린이가 부모님만 믿고 따르면 부모는 예뻐하며 모든 삶을 책임지고 돌봐주십니다. 그 고귀한 사랑은 모든 생명이 후대를 이어가게 하는 유일한 버팀목입니다. 청소년 시절 사랑은 “불꽃”처럼 보입니다. 단순하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저돌적 에너지가 넘쳐납니다. 이 시절을 지혜롭고 슬기롭게 잘 넘겨야 고달픈 인생살이를 미리 피해가는 첫 관문이 됩니다. 젊은 시절 사랑은 “동반자” 옷을 입습니다. 일생을 친구와 성(性)을 결합한 반려자 말입니다. 일생을 친구와 같이 살아가려면 자신을 양보하고 오래 참는 품성을 끝가지 소유하여야 합니다. 즉 “오래 참고”라는 옷을 입지 않으면 복된 열매를 절대 거둘 수 없습니다. 행복이란 환경을 만들려면 지금의 척박한 환경을 견디어 내야 합니다.
성경은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전13:4-7) 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처음 시작을 “오래 참고”로 시작하여, “모든 것을 견딤”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즉 “인내”를 말씀하고 있으며, 그 오래참고 견디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불꽃처럼 열정적으로 타오르는 순간의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람에 대하여 오래 참고 그 환경에 견디어 내는 것이 사랑이라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습니다. 외형적으로 깊은 애정을 표현하고 또 속상해하며, 돌아서 헤어지며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믿어주며 인내하며 견디는 것이라 합니다.
'글쓰기 >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화의 힘 (0) | 2022.06.29 |
---|---|
생기 (0) | 2022.06.15 |
5월이 오면 (0) | 2022.05.24 |
보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0) | 2022.05.17 |
과거는 현명한 선생님 (0) | 2022.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