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겨울과 봄 사이에서 머무적거리게 한다. 무엇이 아쉬운 지 조석으로 차갑고 매서운 바람과 한 낮이면 따뜻한 햇살이 얼굴을 간지럽게 하는 공존의 시간이다. 이맘때면 뇌리를 스쳐가는 야생화가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2023. 2.24. 딱 일 년 만에 바람난 야생화의 청초한 모습을 만나는 부푼 마음으로 출사(出寫)한다.
전북 부안군 상서면 청림마을에 들어서면 마을 뒤편의 쇠뿔바위가 웅장하고 수려한 모습을 나타낸다. 지인의 소개로 어수대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청림마을로 내려오면서 쇠뿔봉의 아름다운 위용과 등산로에서 지척인 자갈밭의 흰색, 분홍색의 청초하고 가냘픈 노루귀 만나는 즐거움을 누렸는데 누군가 채취하여 가서 작년에는 헛걸음을 쳤다. 자연 그대로 놓아두었다면 여러 사람이 매년 만나는 즐거움을 누릴 것인데 혼자만 보겠다고 무식하게 남획하다니…
지인 소개로 다른 골짜기를 향했다.
이곳에도 여러 사람이 드나들면서 채취하여 가서 남아있는 꽃들이 너무 빈약하다. 그래도 낙엽 속에 무릎을 끊고 기도하듯 납작 엎드려 사진에 담아본다. 노루귀는 파설초(破雪草)라고 도하며 잎이 올라올 때 ‘노루의 귀’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여러해살이풀이다. 전체에 희고 긴 털이 많이 나고 지름 1.0-1.5cm의 6-11장의 꽃잎을 가진 조그만 꽃이지만, 겨울을 깨고 봄을 여는 야생화이다.
골짜기 수로(水路) 위 자갈밭에는 변산바람꽃이 많지는 않지만 무리지어 있다.
변산바람꽃은 꽃대 높이 10cm가량의 여러해살이풀로 꽃받침이 흰색으로 폭이 약 3~5㎝의 크기로 5장이며 달걀모양으로 꽃자루 안에는 보라색 수술과 가운데 연녹색을 띤 노란색 꽃자루 안에는 가운데 암술과 연녹색을 띤 노란색 암술 꽃이 있다. 변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이며, 변산 이외에도 지리산과 마이산, 한라산에도 자라고 있다. 아직 겨울이 한창인 숲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꽃을 피우므로 생명력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봄을 부르는 바람을 안고 흔들거리며 자란다. 자갈밭에 무릎 끊고 엎드려 여러 번 촬영한다.
찔레가시에 패딩이 걸려 기역자로 찢어져 오리털이 고개를 내민다. 야생화 만나는 길이 순탄하지 않지만 수고와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으리라.
이번에는 내소사로 갔다. 멋진 전나무 숲길이 반기지만 야생화 만날 기대가 더 기다려진다.
길 옆 홍매화가 빨간 꽃잎을 터뜨렸다. 사람으로 치면 여고생 시절쯤에 해당하리라.
복수초(福壽草)는 숙근성 여러해살이풀로 관화식물이다. 꽃은 1월부터 4월까지 피며 지름 3-4cm정도의 황색이고 원줄기 끝에 1개씩 달리며 가지가 갈라져서 2-3개씩 피는 것도 있다. 자생지의 대부분이 낙엽활엽수림 밑에서 자라기 때문에 봄철의 성장기에 햇빛을 많이 요구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아침 황사로 인한 연무가 있어 시야가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한 낮에는 봄을 재촉하는 따뜻하고 비교적 포근한 날씨였다.
안타까운 점은 변산바람꽃, 노루귀의 서식지가 점차 파괴되고 사라진다는 점이다. 자연을 사랑한다면, 자연 그대로 놓아두고 많은 사람이 매년 즐기도록 배려하는 신사도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청 노루귀를 만나지 못하였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으리라.
성경 전도서 말씀이 생각난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때를 따라 아름다운 자태를 들어내는 자연에게 사람이 배워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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