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각자의 주기(週期)를 가지고 있다. 사계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며, 하루의 낮, 밤이 그렇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의 호흡과 맥박이며, 활동하고 잠자는 시간 등이 그렇다. 다시 말한다면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며, 이는 본질적으로 음악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마치, 연어가 수 천 킬로미터의 바다를 헤엄쳐 태어난 하천으로 회귀하는 것과 매미 등 각종 생명체가 때를 따라 노래하는 모습 등을 보면 “조물주께서 그렇게 창조하셨다.”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음악은 인간생활의 근본이 되어있다. 사람의 삶 속에서 말(言)보다는 글(文)이 아름답고, 글보다는 시(詩)가 아름답고, 시보다는 음악이 아름답기 때문에 음악은 최고의 예술이다.
숲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하는 새들, 풀숲 여기저기서 애잔하게 또는 흥겹게 노래하는 풀벌레, 잎사귀와 가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 계곡을 굽이 돌아 흐르는 물소리 등 온갖 소리가 어울려 위대한 작품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는 고통을 지니고 있었지만, 숲으로부터 깊은 감명과 영감을 받았다. 그는 “숲 속의 전능하신 신이시여! 숲 속에 있으면 나는 천복을 받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숲 속의 나무들은 저마다 당신을 말합니다. 오, 하나님! 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아름다운지! 이 숲 속,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그에게 순종하는 평화, 평화로다.”라고 외쳐댔다.
그가 작곡한 9곡의 교향곡 중 제6번 교향곡은 「전원」(1808년)이라는 표제가 붙은 곡으로써, 오스트리아의 비인 근교 하일리겐슈타트 뷔센탈 주변의 울창한 숲이 있는 전원지대가 배경이 되었다. 그는 독일 태생의 음악가로 스승 하이든에게 사사(師事)하기 위해 비인을 방문하였으며 비인 숲 속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전원」과 같은 대작을 남기게 되었다. 그가 산보했던 숲길은 ‘베토벤길’로 명명되고 그 길가에는 베토벤의 흉상이 지금도 그 길을 지켜보고 있다.
나무와 풀로 이루어진 숲은 신비함으로 가득 차 있다. 오만가지 생명체의 변화와 소리, 그것은 동화이며 교향악이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四季)』의 배경이 된 숲, 폰 베버의 『마탄의 사수』의 배경이 된 숲, 요한 슈트라우스의 『비인 숲 속의 이야기』의 배경이 된 숲, 슈베르트의 교향곡 배경이 된 숲, 우리나라 『애국가』의 배경이 된 남산위의 소나무 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음악가가 자연미를 보고 음악적 감흥에 젖는 것은 당연한 본능적 이치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은 보전과 이용의 균형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숲은 아름답고, 건강하고, 울창해야 한다. 조물주가 만들어 주신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여서는 안 되겠거니와, 숲만 보고 문화를 보지 못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도 안 된다. 나무 한 그루, 한 쪽의 숲 속에 깃든 무궁무진한 문화 예술적(음악) 잠재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숲이라는 생명체에 넓은 안목을 가져야 한다.
'글쓰기 >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목(注目) (0) | 2023.02.23 |
---|---|
나는 어떤 꾼이 될것인가? (0) | 2023.02.14 |
구별된 삶 (2) | 2023.01.31 |
노래에 대한 소고 (0) | 2023.01.26 |
전북천리길 완주 소감문 (2) | 2023.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