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된서리가 눈처럼 하얗게 내리는 11월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어 초겨울 추위에 방한복을 입고 있지만, 요즈음 화려한 단풍(丹楓)을 만나는 즐거움에 푹 빠져있습니다.
공원입구 장덕사 올라가는 4차선 도로가에 차를 주차하고서 오르막길을 뒷짐 지고서 아내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오릅니다. 첫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나무 벤치 두 개가 있고 편백 숲 가운데 어린 단풍나무가 발그레한 얼굴로 손을 흔들어 줍니다.
약 15미터쯤 되는 나무 테크 위에는 장덕사 대나무 숲 울타리가 터널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그늘 밑 약간 어두운 곳을 지나자마자 오르막 나무계단이 시작됩니다.
갑자기 환한 느낌에 고개를 들어보니 단풍나무 숲의 빨갛고 노란 고운 단풍잎이 스쳐가는 바람에 마구 손을 흔들어댑니다.
정말 고운 자태라서 저절로 탄성(歎聲)이 나오고 눈길은 자꾸만 주변을 살핍니다. 정상 방향으로 오르는 길은 온통 단풍 낙엽을 양탄자처럼 두툼히 깔아 놓은 융단 같습니다. 엊그제만 해도 올라가는 길을 찾지 못할 만큼 낙엽이 싸여 그것을 밟고 지나가기가 미안했는데 누군가 사람이 올라가는 길의 단풍 낙엽을 양 옆으로 쓸어 놓았습니다. 고운 낙엽이 발바닥에 밟혀 더럽게 되고 또 조각나지 않게 하려고 그리 한 것 같습니다.
단풍나무 숲은 이미 절반 이상의 단풍을 떨어뜨려 버렸지만 아직도 형형색색의 모양으로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열고 사진 기능을 찾아 만추(晩秋)의 풍경을 마구 찍었습니다. 이제는 동영상 기능으로 약 20초 안팎 분량의 동영상을 찍으면서 프랑스 시인 구르몽의 “낙엽”에 나오는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를 읊조리기까지 하였습니다. 아내도 덩달아 동영상을 찍으면서 혼자 기분이 좋아 깔깔 댑니다.
“저 두툼한 낙엽 위에 양팔 벌리고 누워서 사진을 찍어볼까?”라고 말하면, 아내는 쓰쓰가무시병이 무섭다며 손사래를 치며 말리는 통에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계절을 주시고 이 늦가을에 낙엽 지는 나무마다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채색 옷으로 갈아입혀 주셨습니다.
어떤 단풍나무는 시뻘건 단풍으로, 노란 단풍으로, 불그스름하면서 노르스름한 단풍 등으로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색으로 옷을 입었습니다.
단풍나무 숲을 보면 그저 “아! 좋다.”라고 감탄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인간의 어떤 미사어구(美事語句)로도 표현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솜씨는 최고 이십니다. 그저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둘이서 죤 루터의 “아름다운 세상 주신 주님”을 흥얼거렸습니다.
“아름다운 세상과 푸른 하늘 주시고 크신 사랑 베푸사 우리 길러 주시며 우리 지켜 주시니 오직 주께 감사해 다 찬양하네 찬양,
아름다운 순간과 밤과 낮을 주시고 언덕과 나무와 꽃 해와 달과 별들도 우리 위해 주시니 오직 주께 감사해 다 찬양하네 찬양…“
눈이 즐거우니 마음도 기쁩니다. 아마, 온 몸도 즐거워서 박수하고 있을 것입니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오감을 자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