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은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무더위가 한증막을 연상하게 하였다.
특히, 밤 기온이 25℃ 이상인 열대야가 한 달 이상 밤마다 찾아와 단잠을 이루지 못하고 냉방기와 선풍기를 번갈아 켜면서 잠을 설쳤다.
핸드폰에서는 날마다 지자체에서 보내는 폭염경보를 알려주는 메시지가 떴다.
TV, 라디오, 인터넷 뉴스 등 대중매체는 매일 폭염경보와 온열질환자들 소식과 예방법을 보도하였다.
무더위에 비례하여 어서 빨리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길 학수고대하였다.
예전 같으면 광복절을 기점으로 무더위도 수그러지며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왔었다.
그러나 기상이변 현상은 집요하게 폭염과 열대야로 힘들게 하였다.
결코, 무더위가 물러갈 것 같지 않게 보였다.
처서가 지나 일주일쯤 되자, 밤에는 선풍기를 틀지 않아도 잠을 청할 수 있게 되고 제법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 얼굴에 화색이 찾아왔다.
계절이 서서히 배턴 터치를 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8월 초순 가거도 섬 여행을 떠나 보았지만 섬도 육지와 마찬가지로 무더웠다.
그 후로 무의도, 가의도 등을 여행하면서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손수건 2개로도 감당을 못하여 둘레길 걷기를 중단하고 지쳐서 되돌아오기도 하였다.
8월 하순 외연도 섬 여행은 숲 그늘과 땡볕을 번갈아 걸었고 정오가 지난 시간에도 걸었으나 그래도 걸을 만 하게 느껴졌다.
사람의 몸은 예민하여 더운 바람과 시원한 바람을 구분하고 반응한다.
기다림이란 인내를 요구한다.
사람마다 인내의 깊이와 넓이가 다르겠지만 시원한 바람이 어서 불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았으리라 생각한다.
자연은 때를 잘 안다.
얼마 전, 찾아간 가의도 풀밭에 쑥부쟁이 꽃이 지천으로 피어서 바람에 한들거렸다.
엊그제 다녀온 외연도 어떤 집 앞 돌배나무의 계란만한 열매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조금 전 아파트 정원 옆을 지날 때 빨간 장미꽃이 싱싱하게 피어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사람만 무더위가 안 간다고 투덜거릴 때 만물은 소리 없이 때를 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익혀가고 있었다.
자연은 조물주의 명령에 어김없이 순종한다.
사람만 감각이 무디고 터덕거릴 뿐이다.
부안마실길에서 본 나무판자 글귀가 생각났다.
“결코 안 갈 것 같은 시간도 가고
절대 안 올 것 같은 시간도 온다.
시간은 글쎄도 설마도 없다.“
천지는 변하여도 하나님의 말씀은 일점일획도 변하지 않으시고 이루신다.
선하시며 인자하심이 영원하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믿고 따르는 자가 복이 있다.
때와 시간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변함이 없으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