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단상

고난과 형통

산애고 2024. 2. 6. 06:00

 

겨울은 찬바람이 불고 매서운 추위를 몰고 온다. 칼바람 같은 냉기는 땅을 꽁꽁 얼게 하고 냇물도 얼게 하며 사람의 일상생활도 어렵게 한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면, 도로는 빙판길로 변하여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 다니다가 서로 부딪치기도 하며 맥을 쓰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헛바퀴만 돌기도 한다. 자동차 운전을 오래하여 눈길의 무서움을 아는 사람은 아예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 다닌다.

그러나 삶의 불편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온 산과 들은 하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든 것 같은 형태이나 사람의 감정을 흔들어 깨우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순백의 세상이 만들어 내는 곡선과 깨끗하고 눈부신 모습은 매력 덩어리이다.

지난 날 폭설과 맹추위 가운데 찾은 덕유산의 눈꽃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였다.

앙상한 나뭇가지는 두툼한 눈이 얼어붙어 마치, 바다 속의 멋진 하얀 산호와 같았다.

보이는 나뭇가지마다 온통 산호가 되었고 이미 죽은 나무들도 하얀 눈들이 얼어붙어서 멋진 풍경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겨울나무는 앙상한 가지에 불어오는 찬바람을 그대로 맞고 이리저리 흔들거리면서 한겨울을 지내야하기 때문에 측은하기도 하고 볼품도 없었다. 하지만, 하얀 눈이 그 앙상한 가지마다 얼어붙어 있는 모습은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고 숭고한 자태가 되었다.

엊그제 다녀온 모악산 등산로의 눈꽃이 화려하게 피어난 겨울나무들은 등산객들의 사랑받는 나무가 되어 외롭지 않게 보였다. 이제는 보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이와 같이 순식간에 변한 겨울나무는 조물주 하나님이 만드신 오묘한 솜씨이다.

겨울 산을 찾으면서 유심히 나무들을 눈 여겨 보았다.

아무도 관심어린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겨울나무들은 꿋꿋하게 제 자리를 지키며 푸른 꿈을 펼칠 봄의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외모만 보고 평가하였다.

성경 창세기에 기록된 요셉은 아버지 야곱의 유난히 사랑 받는 아들이었으나 형들의 시기로 장사꾼들에게 팔려 애굽의 시위대장 보디발의 노예가 되었다.

아무 자유가 없고 주인의 재산 된 노예 생활은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던 시절과 정 반대의 지옥 같은 고난의 시간이었다. 환경은 이렇게 변하였어도 변하지 않은 것은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었고 그것을 성경은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 하시므로라고 기록하였으며 그가 형통한 자가 되어라고 기록하였다. 이어서 그의 주인 보디발이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하심을 보며 또 여호와께서 그의 범사에 형통하게 하심을 보았더라.”(39:3) 하신다.

사람이 보는 시각과 하나님이 보시는 시각은 참 다르다.

고난은 누구나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난은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도구이다. 대장간의 쇠가 불에 달구어졌다 찬물에 넣었다가 망치질 하여 원하는 모양으로 변해 가는 것과 같다.

형통은 누구나 좋아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형통은 만사가 뜻하는 대로 잘되어지는 것이나 세상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형통은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것임을 알려주신다.

겨울나무가 볼품없이 앙상하여도 모진 겨울을 통과하면서 겸손과 인내로 봄에 잎과 꽃을 피워내는 것은 창조주의 섭리이다.

사람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가운데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이 다르지만, 시간의 주인이신 하나님 앞에는 고난과 형통이 하나이며 단지 과정일 뿐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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