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단상

덕유산 눈꽃산행기

산애고 2024. 3. 5. 06:00

 

입춘이 지났어도 평지에 내리는 비가 산간 지방에서는 눈이 되어 내린다.

2024. 2. 6() 나마스테산악회 덕유산 눈꽃산행이 있는 날이다. 점심 대용으로 떡을 사서 배낭에 넣고 07:45 산악회 전세버스에 올라 졸음과 씨름하다 보니 어느새 무주스키장 주차장이다.

스키장 슬로프에는 스키 타는 사람과 스노우보드 타는 사람들이 멋지게 활강하며 내려온다.

우리는 곤돌라 안에서 하얀 눈을 잔뜩 뒤집어쓰고 서있는 나무들의 환상적인 멋진 모습을 흐릿한 유리창을 통하여 바라보며 그 풍경에 감탄하는 사이 어느덧 상부정류장에 도착하였다.

덕유산 설천봉은 설국(雪國)의 나라가 되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하얀 눈을 잔뜩 뒤집어 쓴 풍경이고 탐방객들은 이곳저곳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 찍기에 바쁘다. 덕유산 정상으로 향하는 탐방로에는 눈꽃여행을 온 탐방객들의 발길이 길게 줄지어 늘어서 있고 나뭇가지들마다 눈이 두툼하게 붙어 산호로 또는 사슴뿔로 변화된 풍경을 배경으로 추억을 쌓고 있어 도무지 앞으로 내딛기가 어렵다.

탐방로는 약 1m 이상 눈이 쌓여 있고 한 사람이 다닐 길만 발자국이 나 있어 모두 그 발자국을 따라 걸어갔다. 앞선 사람들이 멈추면 뒤에 선 사람들도 같이 멈추어 서기도 하고 이미 눈꽃여행을 마치고 다시 곤돌라 타러 내려가는 사람들도 가끔 있어서 눈구덩이에 빠지지 않게 서로 교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덕유산 향적봉 정상 표지석 앞에는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길게 줄이 늘어서 있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어서 대피소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탐방로 가드레인 주변은 흐린 날씨에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어서 시야가 50m쯤 밖에 보이지 않았으나 나무마다 너무나 멋진

눈꽃 풍경에 모두 입이 귀에 걸렸다.

죽은 고사목에도 눈이 쌓여 신비한 자태를 보여주었다.

이 모든 풍경과 기이한 조화는 오직 조물주 하나님의 솜씨이다.

방한모를 깊숙하게 눌러썼으나 등산로 나뭇가지 밑을 지나갈 때마다 머리를 숙이고 조심하지 않으면 나뭇가지에 걸리기 일쑤이다. 다행히 날씨가 아주 춥지 않고 견딜 만 하였다.

덕유산 중봉 바로 아래 이정표는 이곳에서 오수자굴을 통해 구천동으로 가거나 백암봉을 거쳐 동엽령과 안성으로 가는 갈림길임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백암봉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이 등산로는 통행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새롭게 길을 내며 가야 하였고 노련한 회원들이 용감하게 도전하였다.

흐린 날씨로 시야는 제한적이나 아름답고 멋진 눈꽃풍경으로 마음이 흐믓하고 기뻤다.

어떤 회원들이 탐방로 옆 눈 속에 일부러 빠져보니 허벅지까지 쑥 들어갔고 그 광경을 사진에 담기도 하였으며, 어떤 회원들은 눈 속에 그대로 누워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였으나 모두다 즐거운 웃음소리와 기쁜 표정이었다.

백암봉 평지에서 진눈개비를 맞으며 둘러앉아 점심을 들고 다시 눈길을 걸었으나 무척 힘이 들었다. 먼저 나 있는 발자국을 따라가기도 어렵지만 스틱을 집으면 마치 허공에 빠지듯 손잡이까지 쑥 들어가므로 오히려 옆으로 넘어지기도 하였다.

동엽령 쉼터에서 회원들과 잠깐 물 먹고, 커피 조금 얻어먹고 안성탐방센터로 하산하는 나무데크는 눈이 쌓여 층계의 구분이 없어지고 비탈길이 되어 눈썰매 타며 내려갔다. 지루한 하산 길 뒤 칠연계곡의 힘찬 물소리와 폭포를 보며 탐방센터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멋지고 아름다운 눈꽃산행, 보고 누리게 하시며 안전하게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글쓰기 >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심  (25) 2024.04.09
빠름과 기다림  (21) 2024.03.19
조도 산행기  (22) 2024.02.13
고난과 형통  (2) 2024.02.06
태백산 눈꽃 산행기  (53) 2024.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