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단상

태백산 눈꽃 산행기

산애고 2024. 1. 30. 06:00

 

요즈음 인터넷을 열어 보면 하얀 눈꽃이 아름답게 핀 한라산, 덕유산 등의 아름다운 눈꽃사진과 글들이 게재된다. 괜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2024. 1. 9() 05:40 전주 송천동 신일아파트사거리정류장에서 5명의 전주화요산악회 회원이 두툼한 방한복장으로 무장하고서 전세버스에 탑승하였다. 차 안에 들어가자마자 반가운 얼굴들이 반겨주고 또 인사한다.

정해진 자리에 앉아서 등산배낭을 앞좌석에 걸고서 옆 좌석의 센서님과 그동안 보지 못하였던 시간에 가졌던 산행 이야기를 나누다가 눈감고 졸다가 깨기를 여러 번 반복하는 가운데 네 시간 반이 소요되었고, 어느덧 화방재(해발 950m) 간판이 보이더니 유일사주차장이다.

버스 안은 따뜻하였으나 밖은 차가운 바람이 진눈깨비와 함께 휘몰아치고 있다.

빙판 위에 배낭을 놓고서 등산화에 아이젠을 착용하고 찬바람을 이겨 내도록 이곳저곳을 점검하였다. 태백산유일사탐방지원센터(관광안내소)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긴 오르막길에 들어섰다.

하얀 눈이 다져진 등산로(임도)에는 여러 팀의 등산객들이 기다란 줄을 이루었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소리와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가 귓전을 계속 울렸다. 나도 그들 중의 하나가 되어 걸었다. 어느덧 임도길이 끝나는 사길령쉼터(해발 1,200m)까지 약 2km를 왔다. 먼저 도착한 산우님들이 반기며 딸기와 블루베리를 먹어보라고 입에 넣어 준다. 등산객들이 쉬고 있는 바로 옆눈 쌓인 나뭇가지에 박새 몇 마리가 모여들어 쳐다본다. 아마도 등산객들로부터 먹이를 얻어 먹어본 새들 같이 보인다.

이제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강풍이 얼굴을 마구 할퀴고 지나가면 눈 쌓인 나뭇가지들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란 별칭이 붙은 거대한 주목들이 나타나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일부 가지와 줄기는 죽거나 속이 비어 있었지만 여전히 한쪽 가지는 살아있는 모습에 생명의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눈을 붙이고 강풍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무들과 눈꽃을 잔뜩 피우고 하늘 향해 팔 벌리고 서있는 키 작은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겸손과 인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생명을 노래하는 봄을 기다리며 묵묵하게 참으면서 기도하는 모습이 바로 선생님이시다.

태백산 장군봉(해발 1,566.7m) 표지석 앞에는 인증사진을 찍으려고 길게 줄이 서있다. 비록 흐린 날씨지만 표정을 밝고 예쁘게 하고서 모두 카메라 앞에 선다.

산 능선에 이어지는 태백산 표지석 앞에도 긴 사진대기조 행렬이 있다. 기록을 남기려면 기다리는 줄에 서야지 별 도리가 없다.

키 작은 나뭇가지가 하얀 눈이 얼어붙어 하얀 산호처럼 보이는 능선을 벗어나 한참을 내려가니 단종비각 건물이 있어서 눈 쌓인 한쪽 마당에 둘러앉아 점심을 들었다. 홍어무침, 두부와 묵은김치, 호박전, 멸치볶음 등을 가운데 내놓고 서로 나누어 먹으니 마치 한 가족 같이 느껴졌다. 입도 즐겁고 나누는 이야기도 즐겁고 마음도 즐겁지 만, 추위에 몸은 떨렸다.

당골로 내려가는 길에도 눈이 쌓여서 돌길이 마치, 흙길처럼 걷기에 좋았다.

당골에는 거대한 눈덩이들이 군데군데 쌓여있는 것이 다가오는 눈꽃축제 조각을 만들 재료로 추정되었다. 오늘 약 9km 거리를 네 시간 반 정도 걸었다. 날씨는 흐리고 추었으나 아름다운 눈꽃산행이었다. 버스에 탑승하는 회원들이 서로 격려하며 웃어주니 기뻤다.

무사히 안전산행하며 아름답고 낭만에 가득 찬 풍경을 누리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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