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걷기 열풍은 전국의 다양한 길들이 새롭게 개설되기도 하고 또 그 길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멋과 풍경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서해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갯벌을 바라보며 해안 길과 마을길을 걸었던 부안마실길 걷기 그리고 지리산 팔백리 둘레길을 걸으며 다양한 풍경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숲길과 환상적인 강변의 풍경과 물안개 피어나는 호수길과 불어오는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내 고장, 전북천리길의 산들길, 호수길, 강변길, 해안길 등을 걸으면서 사계절을 만났고 마지막 길들은 한 겨울 하얀 눈이 발목까지 쌓여 있는 눈길을 걸었습니다.
눈길은 보이는 곳마다 온통 하얀 세상이요, 동화 속의 풍경 가운데 모든 것이 잠들어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으나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귓전을 울려, 걷는 것이 싫증나지 않았으며 걸음을 멈추고 잠시 뒤 돌아보면 눈 위에 선명한 발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이 발자국은 발로 밟은 자리에 남은 모양입니다.
이 발자국은 나의 행동 결과에 나타난 흔적입니다.
바꾸어 생각하면 나의 살아온 결과물입니다.
노련하고 유능한 사냥꾼은 짐승 발자국을 보고서 그 짐승이 무엇인지, 크기가 어떠한지, 지나간 시간이 어느 때인지, 어떤 방향으로 갔는지 등 필요한 정보를 추리(推理)한다고 합니다.
사람은 가끔 삶을 뒤돌아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자의가 되든지 타의 또는 환경으로 인하든지 간에 지나 온 인생을 뒤돌아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삐툴삐툴한 선을 이루며 걸었던 발자국도 있습니다.
아름답고 소중했던 발자국도 있습니다.
기쁘고 감사했던 발자국도 있습니다.
가슴 뛰며 설레임으로 가득 찼던 시간의 발자국도 있습니다.
후회되고 민망하며 아쉬웠던 발자국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던 간에 지나온 발자국은 다시 되돌려 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다른 발자국을 남기며 살 수 있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 9:27)
사람의 생명은 유한하며 반드시 흔적을 남깁니다.
아름다운 발자국을 남기고 싶습니다.
작은 일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 일에 충성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