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단상

한라산철쭉산행기

산애고 2023. 9. 19. 06:00

한라산남벽

한라산의 장엄한 풍경과 화려하게 만발한 분홍빛 철쭉꽃과 푸른 구상나무숲이 보고 싶었다. 인터넷을 넘나들며 대중교통으로 다녀올 방법을 찾아 한라산철쭉산행 계획서를 만들고 같이 갈 친구를 구하다가 센서님(닉네임)과 의기(意氣)가 투합(投合) 되었다.

2023. 6. 8() 21:04 전주역에서 우리는 무궁화 열차를 타고 19분 만에 도착한 익산역에 내려 21:54 목포행 KTX로 환승하고 23:09 목포역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목포항 국제여객선터미널로 갔다. 칠흑 같은 어둠 가운데 습기 머금은 차가운 공기가 흐르고 가로등 불빛 아래 한 번도 타 본적이 없는 어마어마하게 큰 배가 정박하여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23:28 씨월드고속훼리() 매표창구로 가서, 목포에서 제주 가는 퀸제누비아 01:00 출발 이코노미(660호실) 요금 28,000원 티켓을 구입한 후 건물 밖으로 나가 철제 계단(높이 약 6m)을 올라 배 안으로 들어갔다. 배 안에 들어서자마자 2층 높이 에스컬레이터가 승객들을 5층으로 실어 나른다. 5층에 도착하니 안내 승무원이 6층으로 가라 한다.

이코노미실은 마루바닥에 카페트를 깔아 놓은 곳으로 서민들이 편하게 누워서 가도록 꾸며 놓은 방이었다. 벽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아 배낭을 두고 복도로 나왔다. 배 안에 오락실, 편의점, 식당, 휴게실 등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가족팀, 여행팀, 혼자서 각기 편한 곳에서 대화를 하거나 음식을 먹거나 쉬면서 보내고 있었다. 완전히 편리한 도시생활 축소판이었다.

휴게실 TV모니터에 퀸제누비아 배가 소개되고 있다. 이 배는 국내 최대 스케일의 신조크루즈선으로 길이 170m27,391, 최고 속력 24.2노트, 여객 1,284, 차량 480대를 적재한다고 한다.

갑판으로 나가 보니 캄캄한 밤바다에 배와 부딪쳐 부서지는 하얀 바다 물결만 보였다.

 

660호실 배낭 놓은 자리로 가서 비옷주머니를 꺼내 수건으로 덮고 베개를 만들어 누웠다.

배 엔진의 진동이 몸으로 전달되어 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잠자기 어려울 것 같았다. 누워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보지만 냉방이 잘 되어 약간 춥게 느껴져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 새벽기도 갈 시간에 일어나 편의점으로 갔다.

도시락과 햇반, 컵라면을 사서 뜨거운 물을 컵라면에 부어 놓고, 전자레인지에 햇반도 데우고, 도시락도 데워서 식탁에 앉아 새벽조반으로 먹었다.

05:40 제주항 도착 방송이 나오고 자동차를 가지고 타신 승객들은 화물적재함으로 이동하였다. 큰 배는 항구에 도착하여도 부두에 배를 대는 시간이 한참 걸렸고 차량을 가지고 탑승하는 않는 승객은 배 정박 후 트랩이 출구에 걸쳐지고 난 후, 승무원 지시에 따라 하선하게 되어 있었다.

우리는 부두를 벗어나 도로로 나와 택시를 타고 제주버스터미널로 가서 240(영실 거쳐 서귀포 가는 버스) 타는 곳에서 약 10분 정도 기다려 06:30 첫 차를 탔다.

버스는 한라산 1100도로를 달려간다. 승마장을 지나칠 때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편백, 삼나무 숲 사이 도로도 지나고 녹음 우거진 활엽수 숲 도로를 지나 어리목입구 정류장에 멈추자 우리와 같은 목적으로 온 것으로 보이는 산행 차림의 승객 몇 사람과 같이 내렸다.

07:20 어리목 들어가는 아스발트도로 옆 데크길을 걸으며 주변의 푸른 숲을 보니 상쾌한 공기가 숨쉬기 편하게 하며 싱그러운 신록이 녹색 커튼처럼 느껴져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리목입구 출발 약15분 뒤 어리목주차장에 도착하여 한라산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07:40 녹음 우거진 윗세오름 등산로를 걸어갈 때 마치, 숲 바다를 헤치고 나가는 기분이었다. 30분쯤 걷다 보니 해발 1,100m 표지석이 보인다.

09:00경 울창한 숲이 끝나고 산죽밭에 구상나무가 듬성듬성 있는 데크로드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제비동산의 샘물이 콸콸 쏟아지는 곳에 이르러 표주박에 물을 받아 벌컥벌컥 들이켜 보니 시원하고 맛있는 삼다수가 되었다.

사제비동산부터 가끔씩 철쭉꽃이 보였지만 절정기를 지난 색이었고 안개가 계속 밀려와서 시야가 분명하지 못하였다. 만세동산부터는 철쭉꽃이 더 많아지고 싱싱하게 보였으나 안개가끝 없이 밀려왔다.

10:00경 윗세오름에 도착하다. 어떤 친절한 청년의 도움으로 표지석(1,700m)에서 포즈를 취하여 추억을 남기고 이곳에서 2.1km 거리에 있는 남벽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등산로 우측 웃세붉은오름은 분홍빛 철쭉군락지로 안개 때문에 시야는 분명치 않으나 입이 척벌어지는 분홍빛 화원이 전개되어 감탄이 저절로 튀어 나왔다. 창조주 하나님의 솜씨는 위대하시다.

이어서 구상나무 숲 사이 등산로를 통과하자 한라산 정상이 구름에 가려졌다 조금씩 보이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남벽부근의 철쭉군락지가 멋진 풍경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다시 협곡을 지나자 하얀 꽃을 피운 귀한 약나무 마가목이 반겨준다.

서서히 구름이 걷혀지는 한라산남벽의 장엄한 풍경과 그 아래 오름을 덮은 분홍빛 철쭉꽃이 어울려 만들어 내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그래 이 풍경을 보려고 힘든 여정을 견디며 이곳까지 왔으며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남벽 전망대이다. 또렷이 모습을 드러낸 한라산 남벽은 날카로운 기암들이 근위병처럼 도열하여 있고 백록담으로 넘어가는 고개는 철쭉꽃들로 덮여 있었다.

12:00경 발걸음을 되돌려 윗세오름으로 가서 영실 가는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노루샘에서 시원한 물로 갈증을 풀고 한라산남벽 방향을 보니 웃세붉은오름이 온통 분홍빛 철쭉꽃 화원이요 영실방향 약간 경사진 오름도 분홍빛 철쭉화원 이었다.

웃세족은오름 데크계단 주변도 분홍빛 철쭉꽃들로 장관을 연출한다. 전망대에 이르니 웃세누운오름의 철쭉화원과 한라산남벽이 조화를 이루어 멋진 풍경을 연출하므로 멋지다고 생각하는 바위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었다. 전국의 철쭉꽃이 다 지고 맨 마지막에 피워 낸 철쭉화원의 풍경은 주변의 풍경과 어울려 화려하면서도 차분하여 힐링을 주었다.

다시 구상나무 숲길로 통과하면서 영실의 기이한 오백나한 기암과 병풍바위 그리고 영실기암들을 사진에 담았고 특히, 영실기암 능선의 구멍 뚫린 바위도 사진에 담았다.

영실로 내려가는 계곡에는 계곡물이 제법 많이 흘러간다. 제주도 지형 특성상 계곡에 물이 흐르는 곳은 많지 않기 때문에 눈길이 더 갔었다. 14:30 영실에 도착하였다.

17:00 배 시간을 고려하여 택시로 2.5km 떨어진 매표소로 갔으나 10분 전에 버스가 가고 없어서 다시 택시로 제주항 제7부두로 향했다.

16:10 제주국제여객터미널 매표소에 도착하여 이코노미로 표를 구입하여 퀸메리2호에 올라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들고 목포항 도착 시간이 21:30으로 되어 있어 21:52 KTX 익산표를 예매하였으나 배가 22:00경 목포항에 정박하므로 급히 예매취소하고 택시로 역으로 가 매표창구에서 22:25 SRT로 표를 구입하여 23:40 익산역에 도착하였다.

익산역에서 택시로 전주로 와서 집에 들어서니 익일 01:15이다.

전국 최고의 철쭉화원 한라산 산행 중 뻐꾸기 등의 노래가 그치지 않았고 상큼한 공기와 푸른 숲과 분홍빛 철쭉화원의 아름다움을 보고 누리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다.

'글쓰기 >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에 대한 소고  (1) 2023.10.10
달마고도트래킹을 마치고  (0) 2023.10.03
열매로 알라  (0) 2023.09.12
명품과 신앙  (1) 2023.09.05
폭염 산행중에 만난 교훈  (0) 2023.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