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단상

폭염 산행중에 만난 교훈

산애고 2023. 8. 29. 06:00

 

장마가 물러가고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아파트 실내 온도가 32도가 넘어가자 어느 곳이든 뜨거운 열기로 가득차서 하루 종일 선풍기를 틀어놓아도 온몸에 땀이 흐른다.

집에 있어도 무덥고 밖으로 나가도 불볕더위지만,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 생각나게 한다.

2023. 8. 1() 전주나마스테산악회 정기산행 계획에 동참하여 경북 문경시에 있는 도장산으로 등산을 떠났다.

전세버스 안은 에어컨 바람으로 시원하다 못해 약간 춥게 느껴졌고 한동안 보지 못했던 산우님들의 밝은 모습과 서로 오가는 산행이야기로 웃음꽃이 피었다.

버스는 호남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남청주에서 당진영덕고속도로로 진입하여 화서IC로 빠져 상주 화북면에서 영강을 따라 달려다가 쌍용터널 지나 용추교 앞에서 멈추었다. 전주 신일아파트사거리에서 승차한지(06:40) 3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우리는 하차하여 각자 배낭을 메고 용추교 건너 승용차주차장으로 가서 산행대장의 구호에 맞춰 간단한 몸 풀기 스트레칭을 하였다. 이어서 앞에는 앉고 뒷줄은 서서 단체 산행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은하수님(사진작가)이 수고하셨다.

햇볕이 내리쬐는 등산로를 지나자 오르막 돌밭길이 이어진다. 산행 출발 시 손수건으로 머리띠를 만들어 머리에 질끈 동여매었으나 눈썹 아래 흐르는 땀까지는 막을 수 없어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훔치지 않으면 땀이 눈으로 들어가 움직일 수 없었다.

조금 올라가다 땀을 닦고 조금 올라가다 물 먹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아무래도 산행을 포기하는 것이 단체 행동에 누를 끼치지 않을 것 같아 같이 동행하는 산행대장에게 조금 쉬다가 혼자 하산하겠다고 말 하였다.

혼자서 한참을 지나자 지난 날 산행하면서 이렇게까지 지친 적이 없었고 포기한 적도 없었는데 여기에서 주저앉는 것이 자존심 상하여 혼자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밑에서 보이는 산봉우리를 올라가면 또 다시 봉우리가 나타나고, 다시 봉우리를 올라가면 또 다른 봉우리가 나타났다. 암릉도 있고 그 주변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잘 자라고 있었다.

카카오맵을 켜보면 정상까지 백 미터도 안 된 거리의 산봉우리(해발 800m)에 도착하였고 일부 산우님들의 목소리도 들렸지만 허벅지에 쥐도 나고 물도 거의 떨어져서 정상에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차후 내려가는 것이 더 문제가 될 것 같아 마음을 접고 다시 오십 미터쯤 되돌아가 그 봉우리에서 내려가는 길을 찾아 우거진 숲을 헤치고 골짜기로 내려왔다.

골짜기 하산 지점에 심원사 사찰이 있어서 물을 먹으러 가니 툇마루에 여승이 있어서 정중하게 물 좀 먹을 수 있나요? 하자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 한병(2리터)을 주어서 빈 생수통에 부어서 마시고 또 통에 가득 채웠다. 이어서 개복숭아 효소 담은 물에 얼음을 넣어서 주기에 넙죽 받아서, 감사기도 하고 천천히 마셨다. 이 분은 혼자서 이곳을 지키는 분으로 갈증과 산행으로 지친 나그네를 친절하게 대하여 주시므로 떠날 때 정중하게 머리 숙여 감사했다.

지친 몸과 다리를 끌고 심원폭포의 멋지고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고 전세버스로 돌아가니 그늘에서 수박을 먹던 회원들이 수박을 주어서 달게 먹었다. 폭염(36) 속의 여름 산행은 충분한 식수와 휴식이 필요하고 산행 전 꼭, 몸을 만들어야 됨을 뼈아프게 느꼈다.

오랜 장마로 트래킹이나 산행을 못한 가운데 따라나선 산행의 위험을 경험하였다.

하지만, 좋으신 하나님께서 선한 길로 인도하시고 은혜 베풀어 주셔서 폭염 가운데 무사하게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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