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단상

두 세상의 삶

산애고 2022. 10. 26. 06:00

 

모든 사람이 살고 있는 사회를 세상(世上)’이라 말합니다. 성경은 세상을 두 가지 뜻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宇宙)”를 의미합니다. 우주를 가리키는 코스모스라는 말 속에는 질서와 조화의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지혜로 만드시고 그 능력으로 움직이며 유지하시는 우주라는 의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이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셨습니다. 성경을 한 마디로 요약하는 구절이 될 수 있는 신약성경 요한복음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3:16) 사람이 자신의 소유(所有)에 대하여 애착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땀 흘리며 수고하여 얻은 물질은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힘들게 얻은 돈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으려고 돈을 사용하기 전에 따져보고 또 가계부를 적으면서 알뜰살뜰 살림을 꾸려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기에 소득에서 구별하여 십일조와 감사헌금을 드리며 선한 일에 선뜻 물질을 내 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보통, 마음으로는 옳다고 인정하지만 실천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더구나 자신의 분신(分身)인 독생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말해서 무엇 하겠습니까? 그런데 하나님께서 독생자를 희생 제물로 삼으시기까지 사랑하신 것이 세상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두 번째 세상은 하나님을 떠난 타락(墮落)한 세상을 의미합니다. 즉 타락한 인류를 지칭합니다. 우리는 각기 제 길로 갔으며, 하나님과 하나님의 법을 무시하며, 하나님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했습니다. 사도 요한은 성도들에게,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치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속에 있지 아니하니”(요일2:15)라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요일2:16)이라고 말씀합니다.

예수님도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 다락방에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은 세상에서 택함을 입었고, 세상에 속하지 않았다.”(17:6,16)라고 말입니다. 세상이라는 말은 시간과 역사의 관점에서 세대(世代)’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유대인들의 시간관은 현세내세, 때로는 이전의 시대이후의 시대로 구분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그들이 기다렸던 메시야를 중심으로 구분한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사도들은 복음을 전파하면서 메시야가 이미 오셨으며, 내세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 새로운 역사관은 예수님으로부터 배운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이미 내세,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미 하나님의 선한 말씀과 내세의 능력을 맛본”(6:5)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믿는 순간 영생으로 들어갑니다. “사망에서 생명으로”(5:24) 옮겨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땅에서 동시에 두 시대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두 세상에서 살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 속에 많은 긴장이 있는 까닭은 바로 이 사실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이 되기 전에는 이 세상을 고향처럼 느꼈지만, 일단 자기의 삶을 그리스도께 드린 후에는 이전에 고향이라 불렀던 이 세상이 타락하고 부패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은 과거에도 하나님과 그리스도를 인정하지 않았고, 지금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이런 세상과 하나님의 나라를 동시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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