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단상

숲은 녹색병원

산애고 2021. 8. 27. 06:00

 

병원(病院)은 아픈 사람을 진찰, 치료하는 기관입니다. 병원을 생각하면 떠오른 것이 우리나라의 유명한 종합병원인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등이 떠오릅니다. 이제 건강(健康)을 중요시하는 시대가 되어 노인 일수록 병원 가까이서 살고 싶어 합니다.

 

KBS생노병사(生老病死)’ 프로그램은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많은 국민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여기에서 돋보이는 것은 현대의술로 치료할 수 없는 말기 암환자들이 숲속에서 활동을 통하여 자연치유 받는 보도이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맨발로 산을 오르내리는 주인공, 매일 산에 올라 텐트치고 그 속에서 쉬는 사람, 숲 속 집에서 생활하며 운동하고 채소 가꾸어 먹는 사람 등의 인터뷰와 취재가 소개되었습니다.

 

숲은 자연의 일부지만 그 자체가 작은 우주(宇宙)입니다. 나무를 비롯한 많은 생명체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무는 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향성물질을 내뿜고 있습니다. 살균, 살충성분을 가지고 있는 피톤치드란 물질은 바늘잎나무가 더 많이 내뿜으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가 가장 많이 배출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림욕이란 명칭으로 공기유통이 잘되고 땀 흡수가 잘되는 간편한 옷차림으로 숲 속을 거닐면서 숲 속 공기와 접촉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심신(心身)이 맑아져 안정을 가져오며 인체의 심폐기능이 강화되어 기관지 천식, 폐결핵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마산 결핵 요양원이 숲 속에 위치하고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숲 속 풍경(風景)은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줍니다. 사각의 콘크리이트 건물과 자동차의 홍수, 새벽부터 일터의 출근이나 학교출석과 수업진행, 합리적이며 효율성을 추구하는 일상생활과 경쟁, 충분한 휴식을 방해하는 주변 환경과 스트레스 등은 신체의 긴장을 풀어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숲 속에 들어오면 건강한 녹색의 색이 신체의 긴장을 풀어주고 편안함을 더해줍니다. 산을 오르며 내리면서 긴장한 근육이 풀어지고 운동으로 단련되어 집니다. 마주치는 참나무, 단풍나무 등 여러 나무의 잎이 각기 틀리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고 어울려 사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뜨거운 햇살을 막아준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숲길은 아늑합니다. 조용한 숲 속을 울리는 딱딱딱 소리의 진원지를 찾으려 두리번거리니 저쪽 나무 가지에 딱따구리가 나무에 붙어서 줄기를 쪼아대는 소리입니다. 맛있는 벌레를 찾나 봅니다. 또 있습니다. 꾀꼬리의 노래가 들립니다. 오늘은 저 유명한 꾀꼬리의 리사이틀이 있는 가 봅니다. 제 귀에는 세레나데 소리 같습니다. 아마 조금 있으면 늘씬한 미녀 꾀꼬리가 보이고 둘이서 아무도 보이지 않는 나무 가지 잎 파리 속으로 데이트 가겠지요?

 

갑자기 나무 이파리가 마구 흔들어 댑니다. 마치 탬버린 소리 같습니다. 천사가 지휘봉을 들고서 큐를 주었나 봅니다. 포르테의 지시에 따라 나무 가지도 휘파람을 불어 댑니다. 숲 속 모든 식물이 자기 톤으로 합창을 합니다. 숲 속 교향악(交響樂)이 시작 된 것입니다. 생명의 환희가 숲 안에 가득합니다. 같이 하나님의 피조물 그룹이 되어 교감을 해보는 시간입니다. 저들은 하나님이 정하신 시간이 되면 창조주를 찬양하는 연주회를 어김없이 엽니다. 사람은 교만하여 어쩌다 찬양하지만 저들은 아주 순종을 잘 합니다. 그리고 같이 어울려 들어주고, 찬양할 하나님의 자녀들을 찾고 있습니다. 그들의 열정어린 연주(演奏)를 겸손히 배웁니다. 그들의 순종하는 자세를 겸손히 마음에 새깁니다.

 

어느 사이엔가 달콤한 냄새가 코를 간질거립니다. 코를 벌름거리면서 향에 취해봅니다. 벌써 아까시아꽃이 사방으로 향내를 배달하는 가 봅니다. 부지런한 꿀벌들이 분주히 꽃 안을 들랑거립니다. 꿀을 가득 몸에 채운 꿀벌은 있는 힘을 다해 집으로 날아갑니다. 제집 창고에 얼른 내려놓고 또 부지런히 달려 올 것입니다. 이름 모를 야생화도 활짝 미소를 집니다. 지난 밤 별님과 속삭이며 하늘 소식을 듣고 하나님이 내려준 맑은 이슬로 목을 축이고 아름다운 색색 옷과 미소로 빵긋 웃습니다. 아까시아 향기만큼 달콤하지는 않아도 세상에 둘도 없는 자기만의 향기로 사방을 향해 뿌려 댑니다. 야생화를 좋아하니 그냥 갈 수 없어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그리고 너털웃음으로 반갑다고 아는 체를 합니다. 가만히 눈 감고 향내를 맡아보며 입술을 갖다 댑니다.

 

일정한 리듬으로 일 년 사시사철 노래하는 산골짜기 계곡물 소리가 들립니다. 녹색병원 안의 백 뮤직이라 할까요? 언제나 같은 톤이지만 터줏대감처럼 무척이나 충직한 멤버입니다. 그래도 소살거리는 정겨운 대화를 듣고 싶은 사람은 신발과 양말을 벗고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그 애무(愛撫)하는 손길에 마냥 좋아 합니다. 그 언젠가 폭우 때 만들어진 깊은 쏘와 커다란 바위가 이리 와서 목욕하라고 손짓 합니다. 옷 벗고 물속에 잠기면 더위가 다 물러갑니다. 온 몸을 계곡물이 마사지하는 서비스에 만족합니다.

 

산림은 녹색병원이며 이 병원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내려준 치료소요, 요양소요, 재충전 장소입니다. 생명을 상징하는 녹색(綠色)은 우리 시야에 들어오면서 사람의 생명으로 하여금 같이 춤추게 만듭니다. 햇빛을 받고,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뿌리에서 빨아들인 물을 가지고 나무를 비롯한 식물들은 영양소를 만들어 키도 자라게 하며 옆으로 살도 찌웁니다. 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후대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맑은 공기를 만들어 녹색공간을 꽉 채웁니다, 깨끗한 물을 흘려 생명 있는 피조물에게 먹입니다. 심신의 피곤과 질병 그리고 스트레스에 찌든 사람들에게 휴식 공간을 내어 줍니다. 토끼, 고라니, 멧돼지 등 산짐승과 산비둘기, 부엉이 등 날 짐승의 보금자리를 줍니다. 홍수나 가뭄의 피해를 막아 줍니다.

 

녹색병원은 지구의 허파입니다.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였던 산업(産業)은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온난화의 주범(主犯)으로 지적되어 있습니다. 사람에게 해를 주고 지구의 재앙을 가져오는 이산화탄소를 먹고 대신 산소를 내주며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여 주는 산림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녹색성장이란 슬로건을 내걸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나무 없고 숲도 없는 환경은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다행히 우리 주변은 산이 대부분입니다. 가지고 있는 이 자원을 잘 활용한다면 직간접의 무한한 도깨비방망이가 될 수 있습니다. 도시 산림공원과 짜투리 녹지 공간, 가로수, 하천 수변 공원 등이 어울려져 있는 도시 숲은 도시민의 보고(寶庫)이자, 녹색병원입니다. 원거리에 위치한 산과 숲은 공해로 찌든 도시민의 목욕탕이요, 해우소요, 병원입니다. 숲이 곁에 있어 행복(幸福)함을 아는 자에게 숲은 날마다 손짓합니다. 어서 와서 건강을 가꾸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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