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가을, 오랫동안 벼르던 한라산 등산을 하였습니다.
제주도 여행은 직장에 다닐 때 이미 5회를 다녀왔지만 모두 관광명소를 중심한 여행이었습니다. 그 이면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 등산에 자신이 없는 것도 커다란 원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5월 사량도의 빼어난 절경을 감상하면서 달바위, 옥녀봉 등을 거쳐 종주한 이후로 힐링과 자신감을 점점 되찾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한라산 등산에 대한 꿈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인터넷을 통하여 등산코스를 살피고 한라산을 다녀간 체험을 적어 놓은 블러그를 찾아 그들의 경험담을 읽었습니다. 이어서 한라산을 등산하고 싶은 동행자를 구하고 한 달 전에 항공기 표를 예약하였으며 간단한 등산 장비를 장만하면서 기초체력을 다지기 위하여 매일 2시간 정도 땀을 흘리며 걷기 연습을 하였습니다.
마침내 10월14일 금요일 오후 3시10분 지인과 함께 고속버스로 광주 가서 7시 10분 비행기로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제주공항에서는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의 예약된 게스트하우스로 가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 4시경에 일어나 게스트하우스 1층 식당에서 식빵을 구워 아침을 먹고 점심 대용도 준비하였습니다. 서귀포 가는 6시 시외버스를 타고서 해발 750m 성판악에 도착하니 이미 날은 밝았고 먼저 온 등산객들이 서둘러 산행하기 시작했습니다.
6시50분 성판악에서 한라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새벽 공기를 가르며 발걸음을 내 딛었습니다. 등산로는 완만한 경사이었으나 걸어갈수록 열이 나서 티 하나만 입고서 걸으면서도 연신 얼굴에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훔쳐야 했습니다.
쑥밭대피소(4.1km 지점)를 지나자, 울창한 삼나무 숲을 만났으며 활엽수에는 제법 단풍이 들어 가을을 실감나게 하였습니다. 등산로는 점점 돌계단이 많아졌으며 진달래밭대피소(7.3km 지점)는 해발 1,500m로 공기가 싸늘하여 바람막이 옷을 더 껴입어야 했습니다. 나무테크 쉼터는 휴식을 취하며 음식을 먹는 등산객으로 가득하였습니다. 두리번거려 빈 벤치를 찾아 꿀맛 같은 간식과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진달래밭대피소에서 한라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 주변에는 추운 날씨 탓인지 잎사귀가 하나도 붙어있지 않는 팥배나무 빨간 열매가 앙증맞게 달려 있어 아름다웠고, 늘 푸른 기상을 가진 한국토종 구상나무와 주목이 군락지를 이루고 있었으나 토심이 깊지 않는 화산암으로 인하여 거목으로 자라지 못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커다란 암석으로 이루어진 경사 많은 등산로는 풀무 불 듯이 숨을 거칠게 하였고 약 1km나무 계단 길은 다리도 힘들게 하였습니다. 바람이 사납게 몰아치면 등산모자 끈을 바짝 조이고 계속 전진하여 결국, 11시25분 성판악에서 9.6km 지점 한라산 정상(해발 1,950m)에 도착하였습니다.
비록 거친 바람과 추운 날씨가 시샘하였으나 화산분화구 백록담도 보고, 표지석 옆에서 손가락을 V자로 하고서 인증 사진도 찍었습니다.
꿈은 열정을 만들어 내고 추진하는 동력이 되며 사람을 행복하게 합니다.
나에게는 한라산 등산이 꿈만 같았는데 그 꿈을 이루고 나니 마음이 하늘을 나는 듯합니다.
그러나 자연 앞에 서보니 인간의 한없는 나약함을 느끼고 조물주의 섭리가 신비하며 아름다움도 깨 닫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며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육순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와 환경에 대한 자신감도 가져본 대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