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단상

가슴 뛰는 순간

산애고 2020. 12. 5. 11:41

정부 지정 100대 명산을 다녀오리란 목표를 세우고 발걸음을 내디딘 때가 엊그제 같은데 3년이 되니 통장에 예금이 쌓이듯 어느덧 99개산을 다녔다.

 

처음은 집 가까운 곳에 있는 명산 위주로 산행을 하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오지의 험한 산이 남아서 이틀 여정을 잡아 여행 겸 등산하며 정상을 올라갔다.

되돌아보니 산을 좋아하는 지인들과 그룹을 이루어 50개 명산을 다녔고 산악회를 따라 16개 그리고 혼자서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33개를 다녔다.

 

이렇게 하여 마지막 남은 산이 강원도 정선에 있는 가리왕산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가고 싶었지만 태백산 다녀와서 한 달이 지나 가을철 산불방지를 위한 입산통제가 끝나고 하얀 눈이 쌓여 있음을 확인하고야 백 번째 산행을 실행에 옮겼다.

 

2018.12.21. 무궁화 기차로 전주에서 대전으로 가서 대전에서 제천으로 가고, 제천에서 강릉 가는 열차를 환승하여 민둥산역에 내렸다.

눈앞에 억새로 유명산 민둥산이 장엄한 모습으로 손짓하고 있었지만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정선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가까운 모텔에 숙박하였다.

다음 날 정선에서 평창 진부로 가는 첫 버스를 탄 후 등산 들머리를 지나치지 않으려고 운전기사님에게 장구목이 등산로 입구에 하차할 수 있도록 부탁까지 하였다.

가리왕산 등산로 입구 장구목이에서 등산안내판을 보고 09:20 산행을 시작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도로가에 승용차 몇 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등산한 사람이 있음을 짐작했다.

산행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어 아이젠을 찼다. 올라 갈수록 하얀 눈세계가 펼쳐지고 울창한 산림과 얼음으로 뒤덮인 계곡의 물소리만 정적을 깨뜨렸다.

 

2km 올라가다가 위에서 사람 내려오는 기척을 느끼고 바라보니 얼굴이 눈에 익은 사람이다. 무인지경에서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데, 얼마 전 산악회 따라 화악산에 같이 갔던 여자 회원 울면앙데”(닉네임)님이다. 참 반갑다. 사연을 들으니 “100대 명산 95번째 산으로 어제 와서 자고 정상 찍고 간다.”라고 한다. 참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다.

주변에 서있는 아름드리 주목이며 전나무, 잣나무 등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날씨는 차가 우나 맑은 공기와 원시림 숲이 마음을 즐겁게 하여주고 멀리 바라보이는 중봉부근 스키장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동화의 나라처럼 설국을 이룬 산 능선을 계속 올라 산행 시작 3시간 만에 가리왕산 정상(1,562m)에 올랐다. 가슴 뛰는 순간이었다. 마음은 밀려오는 성취감과 기쁨으로 뭉클하였다.

두 손을 높이 들고 만세를 부르듯 정상 표지석에서 100번째 기념사진을 찍었다.

65세 나이에 도전을 시작하여 67세에 그 꿈을 이룬 것이 나에게는 기적이었다.

작은 산을 오르는 것도 숨이 가프고 힘 들어 했던 지난날과 올라가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오르기를 반복했던 결과는 100대 명산 완등의 기쁨과 감격 이였다.

더위와 추위를 온 몸으로 받아내었으며 비가와도 비옷을 입고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산은 저마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반겨주었고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과 때 묻지 않은 야생화의 미소는 마음과 몸의 건강을 누리게 하였다.

 

그리고 이런 산행이 나의 소소하고 확실한 일상의 행복이 되었다.

산을 오르면서 지불한 수많은 대가는 돈으로 살 수 없는 힐링과 치유와 회복으로 받았다.

내가 받은 아름다운 자연의 보고 누림의 복은 아무리 생각해도 신의 은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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