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시절 국어책에서 배웠던 백제가요 ‘정읍사’ “달아 높이 높이 돋으시어/어기야차 멀리멀리 비치게 하시라”를 생각나게 하는 전북 정읍시의 ‘정읍사공원’을 찾기로 하였다.
2022.12.22. 집 앞에서 104번 버스를 타고 효자동시외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정읍행 직행버스에 올라 정읍시에 가까이 이르자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흐린 하늘에서는 하얀 함박눈이 쏟아져 시야를 분별하기 어려웠지만 이왕 마음먹고 전북천리길 정읍사1코스를 걷고자 결심 하였기에 정읍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택시로 정읍사공원으로 이동하였다.
정읍사공원은 온톤 하얀 눈으로 쌓여 있었고 계속 눈은 내리고 있었다.
행상 나간 남편의 밤길을 염려하는 아내의 애절한 마음을 노래한 ‘정읍사’는 백제시대의 유일한 시가로 ‘악학궤범’에 실린 작자 미상의 국문 가요로 알려져 있다.
‘천년의 기다림 정읍사공원’ 표지판과 담벽을 장식한 시와 그림들을 보면서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 행상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동상을 보니 그 애절함에 가슴이 먹먹하였다.
발걸음을 옮겨 정읍사1코스 숲길 입구로 갔다.
정읍사1코스는 총 일곱 구간으로 만남, 환희, 고뇌, 언약, 실천, 탄탄대로, 지킴 등의 테마를 가지고 사랑의 과정을 둘레길 길속에 녹여내고 있었다.
소나무 숲은 온통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있고 숲길은 하얀 세상으로 변하였다.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발목까지 눈 속으로 빠졌으나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만남, 환희의 길을 걷다가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어떤 사람을 만났다.
“어디까지 다녀오시느냐 물으니 두꺼비바위까지 다녀온다.”라고 하였다.
마침, 서로 만난 지점이 제3구간 ‘고뇌의 길’ 전망대이어서 인증사진을 남기려고 촬영을 부탁하였다.
천년고개를 넘어 제4구간 ‘언약의 길’을 걸어 두꺼비바위에 이르렀다. 이 바위는 옛날에 여자들 시집갈 때 머리를 올린 모습과 비슷하다하여 ‘머리올린 바위’로 불렸으나 오솔길이 생긴 뒤로 사람들이 두꺼비처럼 생겼다 하여 ‘두꺼비바위’로 불려 진다고 안내판은 기록하여놓았다.
이곳에는 하트 모양의 화단과 벤치가 있어 숲길 걷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있었다.
눈 쌓인 숲길은 인기척 하나 없이 쓸쓸하였지만 숲이 친구가 되어주었고 하염없이 내리는 눈송이가 운치를 더해 주었다.
“한번 맹세한 사랑을 희생과 나눔으로 아름다움을 지켜가는 실천을 한다.”는 제5구간 ‘실천의 길’을 지났다.
제6구간 ‘탄탄대로의 길’에는 정자 쉼터가 있었으나 찬바람과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어 하산을 재촉하였다.
‘월영습지탐방안내소’가 나타났으나 주변이 온통 눈 세상으로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이윽고 제7구간 ‘지킴의 길’ 안내판이 나타났다. 늘 푸른 소나무처럼 변함없이 서로를 지키는 사랑의 길이다.
패딩잠바 위에 쌓인 눈이 녹아 옷이 축축하여 무겁고 등산화 속으로 들어간 눈이 녹아 발은 차가웠다.
월영습지탐방로를 벗어나 내장산문화광장으로 접어드니 무사히 눈길을 벗어났다는 안심이 되었으나 되돌아갈 교통편이 걱정되었다.
쏟아지는 눈을 피하여 어떤 건물 앞에 서자 눈을 치우던 어떤 여자 분이 “따뜻한 커피 한잔 드릴까요?” 라고 하면서 믹스커피 한 잔을 건네주었다. 참 감사하였다. 하나님의 은혜였다.
내장산로 도로에 나가서 콜택시에 전화를 하였으나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다.
발을 동동 굴러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 정읍시내로 걸어가면서 “하나님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하였다.
한참을 걸어가다 혹시 택시가 지나가나? 뒤돌아보고 뒤돌아보다가 엔진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빈 택시가 지나가기에 손을 들어 세워 타고 정읍역으로 가서 익산가는 KTX를 탔다.
기차 안 따뜻한 공기에 얼었던 몸과 긴장하였던 마음이 녹고 안도감이 몰려온다.
폭설 가운데 8km 둘레길을 3시간 동안 걷기에 도전한 것이 잘한 것인지?
어찌되었던 간에 안전하게 지켜주시며 아름다운 눈 풍경을 원 없이 보고 누리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정읍사오솔길1코스 | |||||||||||
별 칭 | 정읍시 제1길 | 트래킹일자 | 2022.12.22 | ||||||||
구 간 | 정읍사공원→전북과학대학교→천년고개→두꺼비바위→월영습지탐방안내소→월영마을→내장산문화광장(토산품판매장) | ||||||||||
이동 방법 | 대중교통(버스/전주→정읍), 택시 | ||||||||||
걷기 시작 | 10:25 | 걷기 마침 | 13:25 | ||||||||
거리(km) | 8 | 소요시간 | 3:00 | 동행 | 혼자 | ||||||
풍경과 느낌 | 전주에서 정읍 가까이 갈 때까지 눈이 간간이 왔었으나 정읍 도착하면서 폭설이 내려 등산화 발목까지 빠진다. 백제가요 정읍사는 천년의 사랑이 숨 쉬고 있으며 남편을 기다리는 아낙네의 애틋함이 서려있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혼자서 걸었다. 패딩은 눈이 녹아 축축하고 등산화 안도 눈이 들어가 물이 되어 질척거렸다. 눈보라가 시야를 가리는 무인지경을 걷고 또 걸었다. 온 몸은 땀으로 젖었다. 길이 눈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둘레길을 마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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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고 | 폭설 내리는 둘레길을 걸어 목적지에 닿으니 몸은 땀으로 젖고 옷과 등산화는 눈 녹은 물로 젖어 추위가 몰려왔으며 배도 고팠다. 문화광장에서 눈 치우던 어떤 사람이 건넨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참 고마웠다. 차가 다니지 않아 걸어가다 만난 택시가 고맙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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