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단상

2024년 여행을 결산하면서

산애고 2024. 12. 31. 06:00

 

책상 앞 달력을 바라보니 20241228일이다.

금년도 다녀온 곳을 기록하여 놓은 노트를 보니 126개소를 다녀왔다. 평균으로 따지자면 일주일에 2개소 정도를 여행한 셈이다.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설경을 보려고 찾아간 눈꽃산행지로 연 초의 태백산, 모악산, 덕유산과 연말의 한라산이 있었으며 그 중 한라산의 눈꽃산행이 가장 힘들고 멋있고 아름다웠다.

순수 산행으로 험악한 암릉과 예술적 미를 더한 분재 같은 소나무와 대아호수 풍경을 간직한 운암산이 생각난다. 해남의 바위산으로 암릉과 바위 구름다리와 다도해 풍경까지 갖춘 두륜산, 8개의 바위 봉우리를 넘는 스릴과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고흥 팔영산, 태백산맥 고지대에 세워진 풍력발전기들과 푸른 숲과 대관령 목장들이 어울려 그려내는 선자령 등이 기억에 남는다.

청년시절 철쭉꽃 만발한 지리산 45일 종주 이래 50년 만에 다시 도전한 12일의 지리산성백종주(성삼재~백무동)는 부담되고 쉽지 않았으나 지리산 천왕봉을 다섯 번 째 사진에 남기게 하는 추억의 산행이었다.

한 여름 유난히 무더위가 맹위를 떨친 가운데 함백산을 누비며 도라지모싯대, 동자꽃, 하늘말나리 등의 야생화를 마음껏 보며 즐거워하였던 야생화탐사산행이 생각난다.

백 섬 백 길의 도전으로 영국 선장 바실 홀이 세상의 극치라 감탄했던 상조도 도리산전망대길과 하조도돈대산길을 시작으로 추자도의 나바론절벽길, 금당도팔경길, 서해최남단 가거도독실산길에서 만난 산거머리 체험사건이 생생한 추억으로 남았다.

고군산군도의 명도와 보농도와 말도를 이어주는 연륙인도교를 건너며 산에서 바라보는 코발트빛 바다와 섬들의 멋진 풍경이 삼삼하다.

백령도의 네 시간 항해 끝에 만난 두무진의 기이하고 멋진 바위들과 천연기념물 사곶해변과 용틀임바위와 콩돌해안 등을 잊을 수가 없다.

대청도 옥죽포 모래언덕의 낙타들, 농여해변의 나이테바위, 수직 백 미터 높이의 규암 절벽 서풍받이와 소청도 분바위(흰바위)를 보는 지오트레일 지질명소를 감명 깊게 돌아보았다.

가을은 이쁘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은빛 억새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광활한 풍경과 가야산, 지리산 등이 산그리메 되어 한 폭의 그림 같이 다가와 감동을 주었던 황매산을 잊을 수 없다.

7080 4명이 한 그룹이 되어 하얀 껍질로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인제 자작나무숲길을 걷고 양구 한반도섬과 춘천 삼악산케이블카를 타면서 기뻐하였던 아름다웠던 시간을 가졌다.

아내와 함께 단풍바다 내장산과 눈부시게 아름다운 선운산 단풍을 만끽하였으며 건지산 지각단풍의 절정 풍경도 잊을 수 없다.

여행은 돌아다니며 읽는 독서이다.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서 책장을 넘기며 읽는 독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몸을 움직여 돌아다니며 새로운 환경과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누리는 여행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물질이 풍요로운 시대에 비례하여 정신은 혼미하여 가기 쉬운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이 순수한 자연이 살아있는 산과 섬의 명소를 찾는 것은 단순히 즐기려고만 찾는 것일까? 아니면, 쉼과 활력을 얻는 재도약의 시간을 갖고자 함일까?

누구나 볼 수는 있으나 누구나 누릴 수는 없다. 누림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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