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참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유년시절, 겨울이 되면 몹시 추워서 방 문고리를 잡으면 손이 쩍쩍 문고리에 붙었다.
어머니께서 함지박에 빨래감을 넣어 머리에 이고 냇가로 가시면 꽁꽁 얼어붙은 빨래터 얼음을 방망이로 깨시고 손을 호호 불어가시며 빨래를 하여 집에 오시곤 하였다.
지금은 대부분 아파트 생활 또는 단독주택이라도 아파트 수준에 맞는 주거 환경에서 산다.
수도꼭지를 왼쪽으로 돌리면 뜨거운 물이 항상 흘러나온다.
거실이나 방안에 부착된 난방조절기 온도를 일정하게 맞추어놓으면 실내 온도에 따라 자동적으로 보일러가 가동되어 따뜻하게 지낸다. 다만, 난방비가 더 들어간다.
내가 사는 아파트가 20년이 넘어 승강기 교체작업을 18일간 계속하고 있다.
어제 아내와 함께 나들이를 하려고 12층에서 계단을 걸어서 내려오면서 무릎과 발목이 건강하지 못한 아내를 격려하며 스틱을 사용하라고 하면서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왔다.
자동차 문을 열려고 앞 도어의 버튼을 눌렀으나 아무 소리가 없었다.
손을 호주머니에 넣어보니 ‘아뿔싸’ 집에서 자동차 키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아내가 눈초리를 올린다.
별수 없이 집으로 향하는 나에게 아내가 “내 핸드폰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둘이 웃었다.
아내가 가끔 해야 할 것이나 휴대해야 할 것을 잊어버리면 “괜찮아, 나이 들어 그런 것은 괜찮아” 하였던 내가 챙겨야 할 것을 잊고 같은 처지가 되었다.
다시 12층 176계단을 올라가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엘리베이터의 편리함을 톡톡하게 깨달았다.
자동차를 새로 구입하면 기분도 좋지만 흠이 나지 않도록 무척 조심한다.
주차장 선 안 가운데에 차를 주차해도 옆 차와 간격이 충분하지 않아 차문을 열 때 조심스럽다.
내 차에도 옆 차들이 차문을 열 때 선사한 작은 흠집이 여러 군데 있다.
나도 의도하지 않게 옆 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고급차들은 값이 비싸서 주차할 때 옆 차들이 흠을 낼까봐 많이 불안할 것 같다.
현대사회의 대세는 편리함을 추구한다.
세탁기의 기능이 진화되어 세탁기와 건조기가 합쳐진 제품이 홍보된다. 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세탁기가 톱으로 인정받는 다 한다.
주거생활과 사회생활 등을 편리하게 하려면 돈이 든다.
돈은 일시적으로 사람들을 편리하게도 하고, 예쁘게도 하고, 명예와 권세를 주기도하고, 인간관계를 부드럽고 친근하게도 한다.
그러나, 항상 마음을 평안하게도 기쁨이 샘솟게도 진실한 신뢰도 주지 못한다.
돈이 많으면 불안하다고 한다.
혹시, 돈을 노리고 강도가 들어올까? 나와 가까운 형제나 자매 아니면 친척, 친구, 지인이 돈을 노리고 있지는 않을까?
불편과 불안은 사촌지간 같다.
평안과 기쁨과 신뢰는 한 연장선에 있다.
하나님이 아버지가 되시고 예수 그리스도가 주가 되신 자에게 하늘의 평안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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