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단상

숲을 통해 보는 행복

산애고 2023. 1. 3. 06:00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숲이란 단어는 행정 용어로 산림(山林)과 같은 말로써, 수풀이 줄여서 된 순수한 우리말입니다. 이 숲은 고명한 의사도 치료약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녹색물결이 일렁이는 이곳을 찾으면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이 우리 몸에 쏟아지고, 각종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지며, 마음을 억압하는 울증(鬱症=우울증)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 주변에서는 심신(心身)이 병들어 삶이 곤고해지면 마지막 수단으로 산림이 우거지고 맑은 물이 흐르는 경치 좋은 산속으로 들어가서 요양을 하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람 구실 못했던 사람이 수년 뒤 건강한 모습으로 고향에 돌아가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다만, 우리가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고 지나쳐 버렸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숲이 우리에게 주는 건강효과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숲 속에 앉아 주변 경관을 바라보거나 걷는 것만으로도 뇌의 전두엽이 활성화 된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몸의 혈압과 호르몬 농도가 낮아지고, 면역세포의 일종인 NK(자연살해) 세포의 움직임이 활발해 진다고 합니다. 셋째는 심리적으로는 오감(五感)의 능력이 회복되고, 성취감과 모험심이 길러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넷째는 각종 업무 스트레스와 소음, 오염으로 상처받은 심신이 자생력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다섯째 숲에는 도시보다 산소 함유량이 1-2% 높으며, 게다가 공기 1당 먼지 숫자도 도시가 10만개인 반면 숲은 500-2,000개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숲의 청정(淸淨) 산소는 체내 산소부족을 해소하고, 피부 호흡을 통해 피로 해소, 암 예방, 두뇌활동 증진, 피부노화 방지에 기여한다고 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숲을 이용한 치료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입니다. 독일은 120년 전부터 숲 치유가 시작돼 현재는 400여개의 숲 치유 마을이 조성되어 있고, 이곳을 이용한 사람에겐 건강보험 혜택도 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산림청에서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고 있고, 녹색문화재단이 숲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머지않아 국민의 삶은 더욱 건강하고 풍요로워 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주시 송천동에 있는 건지산공원은 조그만 언덕과 같은 산이지만 단풍나무, 편백 등이 숲 터널을 만들어 주고 있어서 그 사이의 산책로에 들어서면 무더운 여름날도 정말 시원하고 기분이 상쾌해 집니다. 싱그러운 생명이 마구 가슴으로 달려드는 것만 같아서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럴 때면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찬송이 흘러넘칩니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워 볼 때부터 시작하면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 없으리로다등 외우고 있는 찬송은 다 나오고 그것도 모자라 반복도 합니다. 도시에 살면서 숲 사이로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정말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수 없이 지나치는 시민들의 모습도 생기가 있고 행복해 보입니다. 몸이 불편하여 지팡이를 짚고 나오신 분, 어린이의 손을 잡고 나오신 분, 부부가 비둘기 같이 소곤대며 나오신 분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납니다. 아내와 같이 산책을 할 때 공원 숲길에 들어서면 도란도란 이야기가 그저 술술 나옵니다. 내려가거나 올라가는 길에서는 자연스럽게 손도 잡아 주니 정이 뚝뚝 흐릅니다.

 

자연의 변화는 참 기묘(奇妙)합니다. 창조자의 명령을 따라서 계절마다 산뜻한 옷으로 갈아입고서 반기는 숲은 너무 좋습니다. 어린 아기의 연한 살처럼 보들 거리는 연한 연두색 잎을 바람에 손짓하는 봄날이 있고, 건강한 젊음과 싱싱한 모습으로 활기를 더해주는 여름날이 있고, 홍조를 머금고 금색, 자색 미소로 인사하는 가을날이 있고, 발가벗은 겸손함으로 침묵하는 겨울날이 있습니다. 어느 계절(季節)이라도 좋습니다. 우리 곁에 숲만 있다면 말입니다. 아니, 이렇게 복 주심에 감사하고, 찬양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幸福)합니다.

 

'글쓰기 >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을 아는 시기  (4) 2023.01.17
희망  (4) 2023.01.10
가로수 소감  (0) 2022.12.27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0) 2022.12.20
가을 수상  (0) 202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