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단상

문경새재 단풍 트래킹

산애고 2022. 2. 16. 06:00

 

가을이 깊어가는 시월 하순 아침 6. 아직, 어둠이 완전히 물러가지 않아서 주변을 확실하게 식별하기 어렵습니다. 택시 잡기 좋은 주공1차 농협사거리에서, 우리는 택시를 타고 전주역으로 갔습니다. 전주역 3번 플랫홈에서 용산가는 KTX(06:20)를 타고 한 시간 가까이 차창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구경하다 오송역(07:15)에 하차하여 다시, 대전에서 제천가는 무궁화(07:28)로 환승하여 또 한 시간 정도 느긋하고 한가한 마음으로 기차 여행을 즐기는 가운데 어느덧 충주역(08:33)에 도착하였습니다.

느티나무 가로수가 울긋불긋 곱게 단풍 들어 눈길이 자주 갑니다.

충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문경 가는 09:35 직행을 타자 버스는 수안보 방향으로 달리는데 도로의 가로수가 수십 년 묵은 사과나무로 빨간 사과가 탐스럽게 달려있어서 신기하고 놀랐습니다. 휙휙 지나가는 이화령고개 산마다 고운 단풍으로 치장한 가을 여인이 손짓합니다.

문경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문경새재도립공원으로 가자고 하였습니다. 택시 차창으로 보이는 주흘산의 암봉 능선이 참 멋지다는 감탄 속에 십여 분 지나자, 문경새재 차량 통제소 앞에 도착하였습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단풍 가로수를 바라보며 걷자 생태미로공원이 나타났지만 갈 길이 멀어 그냥 지나쳤고 이어서 새도 날아가기 힘들다는 영남대로의 옛길에 임진왜란 후 건축된 3개의 관문 중 첫 번째 관문 주흘관이 나타났습니다. 수년 전 주흘산 산행 때 이곳을 통과하여 여궁폭포와 주흘산을 거쳐 제2관문까지 갔다 온 기억이 나서 낯설지 않았습니다.

미로공원 윗산(조령산 방향)과 주흘산에 알록달록 곱게 차려입은 단풍아가씨가 손을 흔들어 댑니다.

주흘관 앞 넓은 잔디밭에 새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나무가 여러 주 있고 사과 모형물과 포토존이 있어 문경 사과의 홍보전시장처럼 보였습니다.

이어서 영화촬영지가 나타났고 카메라를 잡고 영화를 찍고 있는 모형물과 대조영, 대왕세종, 보쌈, 철인왕후, 홍천기등의 포스터가 붙어있는 홍보판으로 보아 모두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촬영 세트장도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통과하였습니다.

발 씻는 곳표지판이 있는 타원형 연못가는 안팎으로 넓적한 돌 50여개와 그 뒤로 벤치가 있어 맨발로 걷기한 방문객들이 이곳에서 발을 씻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차 한 대가 넉넉하게 지나갈 폭의 마사토 탐방로는 많은 방문객들이 즐거운 모습으로 단풍을 즐기며 걸었고 우리도 그 가운데 걸으며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누렸습니다.

새 빨갛고, 조금 덜 빨갛고. 노랗고, 붉으쪽쪽한 애기단풍이 있는 곳에 이르러서는 포즈를 잡으며 추억을 쌓았습니다.

맑은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과 새재길이 평행선으로 이어진 길 곳곳에 정자와 쉼터가 있지만 관리들의 숙박시설 조령원터와 경상감사 인계인수 하던 교귀정그리고 시비’, ‘주막등 여러 유적들이 길가에 있어 역사 공부와 함께 트래킹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낙엽활엽수의 화려한 단풍과 가끔씩 상록침엽수 소나무 등이 어울려 더 선명한 색으로 계절을 말해주는 자연의 시간을 눈으로 보며 마음으로 감탄하면서 걸었습니다.

조선후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하는 산불됴심표지석 앞을 지나 시원스럽게 사단 암벽을 타고 쏟아지는 조곡폭포 앞에서 인증샷을 하였습니다.

2관문 조곡관을 지나기 전 계곡과 산골짜기의 아름다운 단풍 풍경에 매료되어 한 참을 바라보고 발길을 옮겼습니다.

조곡관을 지나자마자 아름드리 소나무 숲 밑에 쉼터가 나타났으며 이정표는 제3관문까지 전체 9.1km임을 알려주었습니다.

문경새재길마다 울긋불긋 단풍바다 속을 헤엄치듯 걷다가 둘이서 하트 모양을 하고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새재길 옆 고랑으로 물이 흐르고 있으며 곳곳마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길 옆 쉼터(정자)에 앉아 점심과 간식을 먹고 커피 타임을 한 후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연인이나 부부는 손잡고 만추의 길을 걷고 있어 보기 좋았습니다.

드디어 3관문 조령관에 도착하였습니다. 주흘관에서 이곳까지 계속 오르막길로 선비들의 과거길 정점을 찍은 이곳은 해발 630m가 되었습니다.

이제 충청북도 괴산 땅으로 들어서 조령산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니 울창한 소나무와 아름답게 물든 활엽수 단풍으로 하모니를 이룬 풍경이 시야를 압도합니다.

어느덧 트래킹 시작한지 3시간 10분의 시간이 지나고 멀리 암봉 마패봉을 바라보는 고사리정류장(13:10)에 도착하였습니다.

꼭 한번 걷고 싶었던 문경새재길을 진장로님과 함께 여행하고 12km쯤 걸으면서 자연의 시간이 표현한 멋진 색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며 단풍 바다 숲속을 원 없이 누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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