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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완주 소감문

산애고 2021. 1. 13. 07:53

지리산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1967.12.29.)3개도(경남, 전남), 1(남원) 4개 군(함양, 산청, 하동, 구례)에 걸쳐 있으며 그 면적은 480으로 22개 국립공원 중 가장 넓은 면적의 산악형 국립공원입니다.

예로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민족적 숭앙을 받아 왔습니다.

지리산의 너른 품 안에는 1,500m 넘는 20여개의 봉우리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3대 주봉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며, 20여개의 긴 능선과 칠선계곡, 한신계곡, 대원사계곡, 피아골, 뱀사골 등 큰 계곡이 있습니다.

또한 천왕봉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주능선의 거리가 25.5km60여리가 되고 둘레는 320km800리에 이르며 16개 탐방코스가 있습니다.

이렇게 넉넉하고 웅장하며 아늑한 산세는 영호남의 지붕으로서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며, 생명의 산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지리산 북쪽으로는 만수천-임천-엄천강-경호강-남강-낙동강이 이어지며, 남쪽으로는 섬진강이 흘러 생명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첫 지리산 종주(1974) 이래 3회에 걸쳐 지리산 천왕봉을 다녀왔습니다.

 

지리산은 크고, 깊고, 넓어 산은 사람을 가르고, 강은 사람을 모은다.”라는 말과 같이 풍부한 동식물만큼 그 문화는 동서간을 이질적이면서도 다양한 문화권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리산둘레에 있는 마을과 마을을 거쳐 크고 높은 여러 고개와 계곡, 강들을 두루 다녀보고 싶어 첫 둘레길(2019.7.2) 1코스를 시작으로 14개월에 걸쳐 마지막 코스(2020.11.24)를 완주하였습니다.

사단법인 숲길에서 제공하고 있는 지리산둘레길은 총 21개 코스 262.9km 이었으나 2개 코스(하동-서당, 오미-난동/25.9km)는 둘레길 종주 시 생략하고 걸어도 무방한 것으로 생각되어 제외하고 19개 코스 237km를 걸었습니다.

 

남원시는 지리산둘레길의 시작이요, 마침이 되는 곳으로서 남원역 대합실을 나서자마자 보도 블럭 동판에 여기가 지리산둘레길 시작이자 끝입니다.”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남원시 주천면 외평리 지리산둘레길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커다란 안내판 위에 배낭을 메고 스틱을 집고 걸어가는 사람의 노란색 형상과 둘레길 시작점 안내문구가 가슴을 뛰게 합니다.

들판에 심은 벼가 땅 맛을 알아 새파랗게 자라가는 여름 아침, 멀리 지리산 만복대(1,430m)는 구름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어서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해발 600m의 구룡고개를 넘어서는 곳에 소나무 연리지가 사랑은 일심동체임을 깨우쳐 주었으며 이어지는 운봉 고원지대의 들판 길과 판소리 동편제의 고향을 거쳐 흥부골자연휴양림을 지나 인월에 이릅니다.

람천 제방 길을 따라 배넘어재를 넘어서면 소나무 당산이 있는 장항리를 지나고 삼봉산(1,180m) 밑 전북 남원시와 경남 함양군의 경계 등구령(650m)을 넘어가면 장엄한 함양 지리산 천왕봉 능선과 칠선계곡이 그림처럼 다가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만추의 천왕봉 능선은 하얀 면사포 뒤집어 쓴 신부처럼 보였고 칠선계곡 주변은 늘 푸른 침엽수와 화려한 단풍으로 물든 활엽수가 어울려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습니다.

지리산 뱀사골, 한신계곡, 칠선계곡 등 계곡물이 모여 힘차게 흘러가는 람천을 가로 지르는 의탄교를 건너 수려한 풍경을 바라보며 람천과 술래잡기를 하다 동강마을 지나 산청군 관내로 들어가 해발 350m에 있는 상사폭포의 멋진 모습을 보며 잠깐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왕산과 필봉산을 바라보며 쌍재를 넘어 고동재로 내려서면 수철마을이 나타났습니다.

황금물결 들판을 지나 산청읍 경호강 뚝길을 따라 남강변을 걸어 성심원에 도착하였습니다.

파란 물과 초록색 숲 그리고 곳곳에 자리 잡은 휴양촌이 한가롭고 풍요롭게 보였습니다.

산청은 동의보감과 허준을 내세워 블루오션 고장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웅석산(1,100m) 헬기장(800m)을 지나 잘 조성된 도유림 임도길을 따라 내려가 운리마을에 이르고 다시 임도길과 숲길을 따라 백운계곡을 지나 산청 시천면 덕산에 이르면 남명기념관(조식, 조선유학의 종사)과 선비문화원 그리고 지리산 천왕봉이 선명하게 보이는 반달곰공원이 반겨주었습니다.

지리산둘레길은 오지 길이 많아 전주에서 다니기가 쉽지 않아 하동호-위태-덕산(9, 10코스)구간은 거꾸로 기차타고 하동 횡천 가서 다시 택시로 하동호에 가서 당일에 2개 코스를 걸었습니다.

하동호 물속에 리조트와 주변 산 능선이 거꾸로 반사되어 아름다운 모습으로 손짓하였으며 대나무 숲이 울창한 호젓한 산길을 걷다가 잣송이 한 개를 발견하여 배낭에 넣고 임도를 걷다가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탐방객을 만나 반갑게 인사도 하였습니다.

산 고개 4개를 넘어 가는 곳마다 감나무가 지천이고 곶감농장이 이어졌으며 덕천강 파란 강물을 건너 멍멍한 다리를 손으로 주무르며 버스를 기다리기도 하였습니다.

다시 기차, 택시로 하동호 가서 돌배산지 명사마을을 지나 존티재 아래 상존티마을을 거치면서 감홍시와 무를 얻어먹으며 후한 인심에 싱글벙글하기도 하였습니다.

바위 위에 소나무가 자라 거목이 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암송을 지나 먹점고개에서 바라본 악양 평사리 섬진강은 하얀 백사장과 파란 강물이 그림 같았습니다.

전주에서 기차로 구례 가서 다시 구례에서 하동 화개면으로 가서 택시로 원부춘마을을 2번 가서 한 번은 윗재, 아랫재를 거쳐 소설 토지의 배경인 최참판댁 인접 입암리와 평사리 들판을 거쳐 바람결에 흩날리는 낭만의 핑크뮬리 악양천 뚝방을 걸으며 멀리 부부소나무와 평사리 넓은 들판과 우뚝 솟은 형제봉을 보는 호사도 누렸습니다.

한 번은 원부춘마을에서 형제봉 활공장 가는 임도를 따라 가다 해발 800m 산 능선을 걸어 야생녹차와 재배녹차로 유명한 정금리를 거쳐 피아골 입구 은어펜션마을로 유명한 기촌마을로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운조루 고가가 있는 오미마을에서 숲속 길을 따라 송정계곡 지나가다 멀리 푸른 섬진강과 남도대교(화개-광양)가 어울리는 멋진 풍경도 보며 누렸습니다.

오미마을에서 하사마을의 노천 우물가를 지나 상사마을 뒷산 길로 걸어 단풍으로 곱게 물든 정자나무 전통마을 숲이 있는 방광마을에 이르러 버스로 구례로 나왔습니다.

남원시외버스 터미널 앞에서 구례여객으로 구례 산동 가서 구례수목원을 통과하여 구리재 넘어 감나무 과수원 사이로 난 둘레길을 걷다가 주먹만 한 감홍시 한 개를 얻어 맛있게 먹으며 괜히 기분이 좋아졌던 일도 있었습니다.

산수유로 유명한 구례 산동면 현천마을을 지나 계척마을의 산수유 시목(1,000)을 보고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 기록이 전시된 성벽 길을 걸어 편백 숲으로 가면서 하얀 상고대를 뒤집어 쓴 노고단과 만복대 능선 풍경을 보며 넉넉한 마음이 되어 감사하기도 하였습니다.

밤재 둘레길이 수해로 망가져 통행하기 곤란하였으나 장애물을 통과하여 밤재 정상(490m)을 거쳐 남원시 주천면 출발 지점에 도착하여 둘레길 여정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둘레길 마치기까지 21회의 출타를 혼자서 11(60%), 둘 아니면 셋이서 10(40%)를 걸었습니다.

교통은 자차 이용이 6, 대중교통 이용이 15회 이었으며 대부분 새벽부터 서둘러 집을 나오면 보통 하루 1418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어떤 일을 이루려면 최소한 미쳤다는 이야기를 들어야함을 체험하였습니다.

강한 의지와 열정이 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아무리 인간의 의지와 열정이 있어도 보고 누리며 감사하는 마음 가운데 안전하게 다녀오려면 하나님의 은혜와 돌보심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깊이 느꼈습니다.

, 셋이 걸을 때는 대화하며 걸었고 혼자 걸을 때는 주변 풍경을 보고 누렸습니다.

걸으면 생각이 단순하여 지고 야생화와 나무와 숲과 동네와 여러 풍경을 보며 계절을 느끼고 호흡할 수 있었습니다.

몸은 가벼워지고 생각은 단순해지며 마음은 기뻤습니다.

동네 길, 농로, 도로, 임도, 숲길, 고갯길 등 선조들이 다녔던 길이나 새로 만든 소로 길을 걸으며 동네와 사람들을 보고 만났습니다.

계절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였습니다.

같이 동행한 친구님들과 염려와 응원해준 아내에게 감사드립니다.

걷는 것이 명약임을 알게 하시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누리게 하시며 안전하게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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