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단상

고인 물과 흐르는 물

산애고 2026. 3. 18. 06:00

 

물은 생물이 생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액체로 생물체 중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인간의 신체도 체중의 약 2/3가 물로 되어 있다고 한다.

고인 물은 물의 흐름이 멈춘 물을 뜻하는 전통적 의미와 게임 등에서 오래 한 고수를 가리키는 신조어로 쓰이는 두 가지가 있다.

전통적 의미로는 지대가 낮은 논밭에 빠지지 않고 잠겨 있는 물을 뜻한다. 오래 고여 있으면 농작물에 해를 줄 수 있다.

게임은 진입장벽이 높아 신규 유입이 적은 게임의 상태나 꼰대질로 그런 상태를 부추기는 유저를 가리키는 은어이고, 온라인은 뉴비의 반대말로 올드비를 대신해 쓰이기도 하며 한 분야에서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을 경의의 의미로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고인 물은 흐르는 물보다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와 기생충이 더 잘 배양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말라리아와 뎅기열 질병을 전염시키는 모기의 온상이 될 수 있다.

물은 움직이지 않고 고여 있으면 산소를 잃고 미생물의 왕국이 되며 사람이 그냥 마실 수 없다.

속담에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것처럼 한 자리에 오래 머무는 것에 부정적 의미로도 쓰인다.

반대로 흐르는 물이 있다.

산골짜기를 흐르는 물은 돌 사이를 흐르면서 속삭이듯이 정겨운 소리를 내기도 하며 때로는 급하게 흐르다가 폭포를 이루는 곳에서는 우렁찬 굉음을 내면서 흐른다.

흐르는 물은 소리를 낸다. 노래를 부른다.

흐르는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것은 나대지 말고 겸손하라는 말이다.

남을 괴롭히고 자신을 속이면서 사는 삶은 구차한 것이며 이런 사람은 건강하게 오래 살지 못한다.

중국의 노자는 물에 대하여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겸손하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흐르는 물처럼 살라."하며 그 물에서 진리를 배우라고 하였다.

사람이 마셔도 되는 물이 있고 손대면 안 되는 고인 물도 있다.

인류 문명을 되돌아보면 물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명의 발상지가 물의 근원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으며, 고대 도시의 멸망도 물 공급의 중단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한강은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가 자리 잡게 하였으며 낙동강은 대구, 부산과 영산강은 광주, 금강은 대전, 남강은 진주 등의 대도시가 발전하게 하였다.

물은 농경 생활을 넘어선 차원에서도 그 생명력과 풍요의 원리를 향유하고 있다.

물은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는 속성을 지녔으므로 정화와 순결을 상징하며 동의보감에서는 물의 종류를 약 20여 가지로 말하고 물을 가려 써야 한다고 했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아무것에도 쓸 수 없는 고인 물이 아니라 생명들이 번성하며 살게 하는 흐르는 물이 암시하는 인생으로 살고 싶다.

깊은 물이 소리 없이 흐르는 것처럼 덕이 높고, 생각이 많은 사람으로 겸손하게 살고 싶다.

하나님께서 부어주시는 은혜의 강물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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