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단상

동해삼척 가을 여행(1)

산애고 2025. 11. 18. 06:00

 

(1)

전주장로합창단정기연주회가 끝나면 함께 여행하는 4인방이 있다. 금 년이 세 번째이다.

금년 9월부터 연주 후 여행 계획을 세워 놓고 기차표 예매를 위하여 한 달을 기다려 10월 초가 되자마자 곧바로 코레일 앱에 들어가 전주~오송~제천~동해 왕복 기차표를 예매(202,400/4)하여 놓았다. 다만, 사정에 의하여 연주 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을 디데이로 잡았다.

2025.10.31. 새벽 두 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잠이 깨어 다시 잠자려 하였으나 잠이 오질 않는다. 여행 가는 날이라서 그런지? 책상 앞에 앉아 성경 누가복음을 읽고 오늘 여행의 안전과 인도하심을 하나님께 기도하였다.

어느새 아내가 일어나서 찰밥 도시락 4개와 반찬, 간식 등을 챙겨주고 따뜻한 밥에 뜨거운 소고기미역국을 식탁에 차려 놓자 5시경 정성 담긴 아침 식사를 하였다. 이어서 아내와 포옹하고 등을 토닥여 주었으며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약속 장소를 향하여 집을 나섰다.

송천도서관앞 공영주차장에 약속 시간(05:50) 5분 전에 도착하여 기다리니 J장로가 탄 택시가 왔고 합승하자 택시는 전주역으로 쏜살처럼 달렸다. 전주역대합실로 들어가자 이미, K장로님과 C장로님이 약속시간(06:10) 전에 도착하여 TV를 보고 있기에 뒤에서 등을 톡톡 두드려 신호를 보내자 마주 보며 반가운 악수를 하였다.

역대합실에는 새벽 기차를 타려는 많은 승객들이 의자에 앉아 대화하거나 TV를 보다가 기차 탑승 시간이 다가오면 플랫홈으로 이동하곤 하였다. 우리는 함께 모여 오송역에 도착하면 충북선 환승 가능 시간이 7분임을 알려주고 신속하게 이동하자고 서로 이야기하였다.

이어서 역 플랫홈 KTX(06:25) 11호차 타는 위치로 이동하였다.

고속열차는 정시에 도착하였고 11호차에 탑승하여 8CD, 9CD 좌석에 앉았다.

기차는 어둠을 뚫고 빠른 속도로 익산역을 거쳐 공주역으로 향할 때 날이 밝아오면서 새벽안개 피어나는 풍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였다.

07:21 기차가 오송역에 도착하자 4명이 먼저 하차하여 속보로 30m 전방 엘리베이터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엘이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가서 다시, 속보로 50m 전방 충북선 타는 통로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3분 만에 훈련된 선수처럼 내려갔다.

07:28 제천행 무궁화 2호차에 올라 35, 36, 39, 40 좌석에 앉아 좋은 분위기 속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차 안은 출근하는 직장인과 학생들, 청주공항 여행객들로 빈자리가 없어 보였다.

시내 구간과 증평역을 지나자, 기차는 추수가 끝난 들판과 산골짜기, 남한강을 지나 제천역에 09:05 도착하였다.

제천역에서 동해역 가는 무궁화 출발시간은 09:31으로 조금 여유가 있어서 제천역 대합실 커피점으로 가서 잠깐 차 한잔하다가 다시 1번 플랫홈으로 가서 청량리에서 도착한 기차로 환승하였다.

기차 안에는 민둥산 억새산행을 하려고 탄 승객들이 보였고 그들은 민둥산역에서 내렸다.

기차는 우리나라 제일 높은 곳에 자리 잡은 태백시(해발 800m)를 지나 솔안터널(동백산역~도계역 구간 16.2km)에 들어서자 12분 동안 캄캄한 터널 속을 달렸다. 솔안터널은 연화산(1,172m) 둘레를 한 바퀴 돌아서 도계역으로 가는 철로가 놓여 있기 때문이었다.

어둠 속을 오래 달리다 보니 약간 불안하고 답답하며 궁금하기도 하고 햇빛 비치는 밝은 세상이 얼른 보고 싶어졌다.

철로는 협곡을 흐르는 오십천과 친구가 되어 이어졌다.

산허리에 고운 단풍이 옷을 차려입고 손을 흔든다.

오십천(五十川)은 강원도 삼척시와 태백시 경계인 백병산(白屛山, 1,259m)에서 발원하여 동해안으로 흐르는 총길이 46km 하천으로 곡류가 심하여 동해로 흘러가기까지 50번가량 꺾여야 한다고 해서 오십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기차가 12:25 동해역에 도착하였다. 전주를 출발한 지 6시간이 걸렸다.

동해역 앞에서 택시로 20분쯤 걸려 동해시 삼화동 두타산무릉계곡매표소 입구에 이르니 단풍나무 가로수가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 마음을 뒤흔들었다. 올해는 늦더위와 비가 많이 내려 단풍철이 평년보다 일주일씩 늦어진 가운데 이곳에서 고운 단풍을 보니 탄성이 흘러나왔다.

두타산(頭陀山 1,353m)부처가 누워있는 형상이란 뜻으로 동해시와 삼척시에 걸쳐있으며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이고 그 아래 무릉계곡(명승 제37) 입장은 예전에 65세 이상은 무료입장이었으나 이제는 1,5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하였다. 전국 어디서나 무료입장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무릉계곡을 흐르는 전천을 건너 베틀바위산성길안내판 위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 쉼터 벤치에 앉아, 아내가 정성으로 마련해준 찰밥도시락을 펼쳐놓고 멸치볶음, 김치볶음, , 단무지를 먹으며 지인들로부터 칭찬과 감사의 말을 곁들여 점심을 들었다.

13:30 베틀바위를 향하여 만만치 않은 경사진 오르막 등산로를 올랐다. 베틀봉(780m)은 암벽지대로 식생 분포가 대부분 푸른 소나무이지만 활엽수 참나무, 생강나무, 단풍나무 등이 혼생하고 있었으며 활엽수마다 잎이 노랗거나 주황색으로 알록달록 물들어서 가을 단풍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등산로는 돌길로 올라가다 옆으로 가기를 반복하였고 힘들면 잠깐씩 쉬기를 반복한 가운데 15시경 마침내 베틀바위전망대에 도착하였다. 만만한 길이 아니었다.

베틀바위는 삐쭉삐쭉한 칼날처럼 암릉이 베틀봉까지 이어지는데 아낙네들이 베를 짜는 베틀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그 풍경이 한국의 장가계’(중국 장가계의 축소판)라 부를만하였다. 산등성이 하나가 통째로 바위 암릉으로 구성되어 베틀능선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곳으로 보였으며 보는 지점에 따라 모양새나 분위기가 달라지는 매력도 압권이었다.

베틀바위는 무릉계곡 경치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더한 곳으로 무릉계곡 경치가 시작되고, 완성된 곳이라는 표현을 써도 무방할 듯하였다.

이어서 산 정상으로 향하는 데크계단을 올라서자, 커다란 암봉으로 옆에서 보면 사람의 얼굴처럼 보인다는 미륵바위가 나타났다. 이곳이 베틀바위 가장 윗봉 이었다.

산성터를 지나 산허리를 끼고 옆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아름다운 단풍들이 곱게 물든 곳으로 힘든 여정을 다독여 주었다.

17:25 도착한 12산성폭포는 두타산 암벽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로 석간수 가장자리에서 바라보니 그 높이가 까마득한 곳에서 여러 번 바위에 부딪쳐서 흘러내리는 위용이 무척 아름다웠다.

이제 곧 어둠이 찾아올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다급해졌으나 계속 앞으로 나아갈 방법밖에는 그 어떤 방법도 없었다.

두타산협곡 마천루는 거대한 암벽에 잔도와 데크계단으로 이어졌고 그 위용이 대단하였다.

데크계단을 오르고 내리며 사진 담기를 계속하니 산행은 더디고 날은 차츰 어두워져 갔으며 발걸음을 재촉하였으나 길은 험하고 시야가 잘 보이지 않았다.

17:49 마천루에서 내려와 쌍폭포전망대에서 쌍폭포를 바라보니 이미 날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가운데 겨우 폭포 사진을 찍었다.

다른 동행팀 3명 중 2명이 랜턴을 휴대하고 있어서 그 불빛에 의지하여 7명이 2.5km 거리의 박달계곡탐방로를 더듬거리며 걸어 나갔다. 집에서 출발할 때 아내가 랜턴을 가져가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등산로는 돌이 많고 굴곡이 심하여 발이 허공을 밟는 느낌이었고 가끔 헛디디기도 하였다.

한 번도 쉬지 못하고 부지런히 스틱을 짚으며 걸으니, 온몸은 땀으로 축축하였고 다리는 피곤하였다. 폭포 소리 나는 곳을 지나치면서 어둠 속에서 학소대임을 짐작하였다.

멀리서 삼화사 불빛이 보였다.

삼화사에 가까이 가니 크레인 위로 높이 밝은 서치라이트가 비치며 방송 장비들이 촬영준비를 하고 탈을 쓴 많은 사람들이 감독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드라마 촬영이란다.

덕분에 삼화교 아래 무릉반석이 대낮처럼 환하다.

무릉반석은 명승 제37호로 지정된 곳으로 2,000여 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고 반석에는 명인들의 기념 석각이 곳곳에 새겨져 있어 선조들의 풍류를 느낄 수 있었다.

18:38 무릉반석을 지나 무릉계곡매표소 앞 벤치에 앉아 잠깐 휴식을 취하였다.

베틀바위산성길을 따라 5시간 동안 탐방로를 걸었으며 특히, 한 시간은 어둠이 내린 탐방로를 더듬거리며 걸었다. 다행히 모두 무사히 귀환하였다. 하나님의 은혜이시다.

무릉계곡 입구 어느 식당으로 가서 청국장을 주문하고 K장로님의 기도로 청국장 저녁을 먹었다. 오늘따라 청국장 맛이 일품이다. 산행 중에는 사진을 찍을 때 모니터에 보이는 얼굴마다 힘든 표정이 묻어났는데 이제, 4인방의 얼굴이 밝게 피어나 보기 좋았다.

저녁 식사 후 택시를 불러 묵호항 근처 숙소(꿈의궁전 호텔)로 이동하여 따뜻한 물에 몸을 씻고 꿈나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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